두산중공업 사태해결을 놓고 새 정부 노동정책이 첫 고비를 맞고 있다. 민주노총은 12일 결사대 투쟁, 20일 총파업 계획을 밝히는 한편, 정부가 사태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회사측은 휴업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며 맞서고 있고, 재계도 이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정부로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난제를 안게 된 것이다.

새 정부 노동정책기조를 잡는데 있어 노동계와의 관계설정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민주노총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동정책의 운신폭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민주노총이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노사정 대화 파트너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화 파트너로서의 관계설정이 안되니까 노동정책 추진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반발이라는 변수에 부딪치게 되고, 그만큼 노동정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점에서 정부와 민주노총의 안정적인 관계설정은 DJ정부 이래로 오랜 숙제였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두산중공업사태의 해결과정을 보고 정부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두산중공업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 나아가 노동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두산중공업 사태의 해법은 없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해법은 노사양측의 요구사항을 절충하는 묘수풀이다. 노사 양측이 명분과 실리를 교환하거나, 서로 다른 실리를 교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론에서는 이런 방법을 Win-Win 협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에서는 이런 묘수풀이를 통한 문제해결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조합원 분신사건 이후로 두달 동안 수십차례 교섭에서 이미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 보았지만 허사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순의 노동부 중재시도가 무위로 끝나면서 묘수풀이의 가능성은 더 좁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묘수풀이로 안될 경우 그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의 기대수준을 조정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는 서로의 기대수준이 절충점을 만들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을 때 많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노사 양측 또는 어느 일방이 기대수준을 조정해야만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기대수준을 조정하는 것은 일정한 조건이 형성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첫째, 노사 양측이 현재의 기대수준을 갖고 문제해결이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가 실력행사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도 더 이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때 기대수준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분쟁이 계속될수록 부담이 더 커질 경우 기대수준 조정가능성은 커진다. 분쟁의 지속으로 인해 부담이 커질 경우 기대수준을 낮춰서라도 절충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상태로 본다면 두산중공업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기대수준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그런 기대수준의 조정은 어느 정도의 곡절을 경험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두산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부로서는 지난 2월 중재단의 활동이 무위로 끝난 만큼 일단은 노사자율해결 원칙을 견지하면서 노사 양측의 기대수준을 조정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두산중공업 회장을 출두해서 조사를 하는 것도 그런 시도들 중의 하나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민주노총의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노사 양측 모두 겪어야할 부담도 현실화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노사 양측의 기대수준이 절충가능한 영역까지 조정될 때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그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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