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한달여 동안 대통령직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노동부가 보이고 있는 과거 회귀적 입장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를 반대하고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도 인정 못한다느니, '파견노동자 대상 업무와 파견기간 제한'을 완화하자고 했다.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대와 임금 등의 차별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무부서가 이같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계약직으로 10년을 일 했는데 월급이 85만원입니다. 아이 유치원도 못 보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 고통과 설움은 비정규직만 압니다."
작년 MBC 9시 뉴스에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다. 퇴직금 13.8% 상여금 13.9% 연장근로수당 10.0% 국민연금 21.5% 건강보험 24.8% 고용보험 23.2% 밖에 적용 받지못하며 정규직 절반에 불과한 임금으로 살아가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똑똑히 보라! 혹여 오가며 보았을 수도 있지만, 머리에 붉은 글씨로 '파·견·철·폐' 네 글자를 세기고 다니는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은 십수년 동안 KBS에서 일했어도, 알량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인해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당해야만 하는 파견노동자들의 고통을 한 몸에 안고 있다.

지난 22일 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최태원 SK(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뉴스를 남다른 감회로 본 사람들이 있다. SK의 편법적인 불법파견으로 4년째 해고생활을 하고 있는 인사이트코리아노조 간부들, 그리고 워커힐호텔의 복수노조와 노조탄압의 이중고에 시달리다 해고된 워커힐호텔 명월관노조 간부들이 그들이다. 워커힐호텔 주식의 부당한 맞교환 사실은 최태원 회장 구속에 결정적인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21세기 인신매매, 신종 노예제도, 중간착취와 주기적인 반복해고로 점철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바로 이렇게 돈벌이에 혈안이 된 대한민국 자본가들의 탐욕의 결과라는 게 최태원 회장 구속으로 자명하게 드러났다.

"노동조합 설립필증이 있어도 노동조합이 아니고, 단체협약을 체결했어도 단체협약으로 볼 수 없다." 대한민국 검찰이 특수고용노동자인 재능교육교사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고발에 대해 무혐의처리하며 밝힌 답변이다. 신흥재벌인 학습지 대교와 웅진에서는 7-80년대에나 볼 수 있을 법한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악용한 탄압으로 노동3권을 말살하고 있고, 2001년 여의도에서 경찰들로부터 도끼만행을 당했던 건설운송노조 레미콘 노동자들은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기만적인 판결로 두 번째 도끼질을 당해야만 했다. 거대 보험자본에 맞서고 있는 보험모집인 노동자들은 보험사들의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관행을 막으려 하나, 근로기준법도 노동조합법도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단언컨대, 비정규·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차별금지와 동일가치 노동·동일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레미콘지입기사,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위탁계약)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완전히 인정해야 한다. 극심한 중간착취 속에 2년짜리 파리목숨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하는 노예법 파견법을 즉각 철폐해야 마땅하다. 기간제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로 인해 너무나 유연화되어 버린 한국사회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꿔내야 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용자들은 노동조합 자체에 대해 극히 적대적인 인식을 갖고 도덕과 상식을 초월한 탄압을 자행했다. 이들에 맞서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지역에 소재한 시그네틱스, 태광하이텍, 한국로슈, 한국까르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SBS미디어넷 등 장기투쟁 사업장들과 함께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또한 서울의 이등국민, 대한민국 차별인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권 확보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 5년 임기 내내 올바른 사회를 위한 정당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