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나는 매일같이 고민을 해본다. 두산의 노동조합 말살 정책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12일 노동부 기자실을 찾은 두산중공업 해고자 임 아무개 씨는 분신한 배달호 씨의 유서 내용을 조합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감시, 통제, 불이익으로 노조가 점점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는 거죠. 엄밀히 말하면 회사가 아니라 수용소입니다."

이날 공개된 650페이지 분량의 문서에는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사안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어 충격을 줬다.

▶노동자 감시·지배개입= 두산중공업은 노조 내 'Opinion leader' 현황을 파악, 성향 분석을 상세히 하며 밀착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의 온건부터 '★★★' 초강성까지 또는 S(회사편)·A(중간층)·T(노조편)로 분류하고 '의식개혁활동'을 통해 건전 세력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관리방법은 성격, 취미, 장단점, 행동유형, 지인, 재산관계, 지인 등 성향을 파악, 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1대1' 밀착관리도 하며 1인당 50만원의 예산도 책정해 놓았다.

두산중공업은 또 노조 계파활동 차단 방안을 세워놓고 있었으며 계파 활동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현 분파 구조를 재편하는데 회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회사측 대의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활동 따라 차등관리= "전 지난해 휴일근로와 특근을 수개월간 배정 받지 못했습니다. 노조활동 열심히 하고 회사가 싫어하는 말만 하니까 찍힌 거죠. 알고 보니 제가 '★★★'로 분류돼 있더군요. 제조업 노동자에게 특근은 임금의 30%를 차지합니다." 두산중공업 단조공장에서 일했던 해고자 임 아무개 씨의 얘기다.

실제 회사의 '차등관리 방안'에는 조합원 성향에 따라 강경 세력에겐 철저한 근태관리 등 불이익 조치 및 징계를 할 것과 선무활동의 효과가 없을 경우, 직무 재배치 등으로 영향력을 축소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쟁의행위 불참자에 대해서는 잔업, 특근, 인사평가, 진급우대 및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격려금까지 지급하는 반면 파업 참여자는 필요시 기피업무로 배치 전환, 잔업 및 특근 통제, 포상 등 각종 혜택을 배제한다고 기록돼 있다.

▶파업찬반투표까지 사전조사= 이번 문서에 따르면 회사가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까지 사전에 조사한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서에는 '단조공장 황 아무개, 가족에 약한 성향, 등급 A°, 투표예상 반대'와 같은 형식으로 전 조합원에 대해 사전조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회 한 관계자는 "회사의 파업 찬반투표 사전조사 결과가 실제 이 공장 결과와 비슷하다"며 "이 정도로 밀착돼 감시되고 있는 상태"라고 허탈해 했다.

이번 두산중공업 노무관리와 관련, 민주노총 법률원 권영국 변호사는 "회사가 조합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계파활동을 약화시킨다는 것은 지배개입이며 이에 따라 불이익까지 준 것은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라며 "부당노동행위뿐만 아니라 인권유린의 측면도 강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신승철 부위원장도 "대기업에서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감시, 통제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이었으나 이번 두산중공업의 행태를 통해 구체화된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무관행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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