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경제정책은)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이라면 꾸준히 가되 수준과 시기의 완급은 대화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해 재벌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것임을 시사했다.

노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은 “재벌개혁 과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므로 정면돌파하겠다”던 기존의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이처럼 노 당선자가 재벌개혁의 속도조절을 언급함에 따라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적용, 출자총액제한 강화 등 새 정부의 재벌개혁 3대원칙이 상당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노 당선자는 이날 오후 정부종합청사 별관 당선자 집무실에서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의 예방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민주당의 정책기조를 견지하되 다만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시기와 완급을 조절해나가겠다”며 재계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노 당선자는 또 새 정부 조각 인선과 관련, “정책을 알고 추진할 만한 인식과 의지를 가진 사람을 기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노 당선자께서 신념과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며 “그러면 5년간 소득이 두배로 늘어나고 우리 경제가 선진권에 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어 “재계도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 변하고, 스스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 회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갈등을 빚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데 송구스럽다”고 화해의 말을 건네자 노 당선자는 “개인적 견해를 가지고 한두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김석중 전경련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으로 야기됐던 인수위와 재계의 갈등이 치유됐음을 보여줬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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