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노사관련 쟁점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노동계 안팎의 기대감 못지 않게 지난해까지 해결되지 않은 노사관련 쟁점의 처리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노사관련 쟁점의 현황과 그 추이를 2주 동안 모두 6회에 걸쳐 살펴본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비정규직 대책을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2003년 이것이 노사관계 쟁점이다 ; 연재순서>
1. 비정규직 대책(14일) 2. 노사정위 위상변화(15일) 3. 주5일 근무제 논의(16일)
4. 공무원노조 합법화(21일) 5. 공공부문 민영화(22일) 6. 외국인노동자 대책(23일)



노사 뚜렷한 입장차…인수위-노동부 '조율' 주목
노사정위 달라진 위상·노동계 대응수위도 '변수'될 듯

노동부가 새 정부 노동정책과 배치되는 업무보고를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노동자와 관련한 노사 쟁점이 새해 초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IMF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들의 처우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자 노사정위는 2001년 7월부터 해법찾기에 나섰으나, 여태껏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경영계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내줄 것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 노동계 요구에 최대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마저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어떻게 마련될지 주목되고 있다.

* 새 정부 비정규직 공약과 현실

노무현 당선자는 '비정규 노동자 보호'와 관련한 대선 공약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균등대우 및 남용을 방지할 제도화가 필요하고, 남용방지를 위해 사용범위의 적절한 제한과 함께 편법, 불법 사용 규제를 위한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비정규직, 여성 등에 대한 적극적인 차별시정을 위해 '국가차별시정위원회' 설치 등 법·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선 모엇보다 사회보험 적용과 단결권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은 현 정부보다 비정규직 확산규제와 차별해소에 비중을 둬 일정 부분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원칙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인 만큼 정책이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 재계가 '동일임금 동일노동' 부분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경제상황과 연관지으려 하고 있어 비정규직 정책이 대선공약보다 상당히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새 정부측과 이 문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부는 지난 9일 인수위에 한 업무보고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기업의 연공급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일가치노동을 어떤 근거로 규정하느냐는 얘기다. 또 파견노동은 현재 26개 대상 업종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하고 현재 2년으로 묶여 있는 파견기간도 더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더불어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3년간 계속 노동시 해고제한, 단시간 노동자는 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상한선(12시간) 설정 및 25% 할증임금 지급을, 특수고용직은 노조가 아닌 단체결성권을 허용한다는 방안을 제출했다.

노동부의 이런 입장은 파견노동 확대,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불인정, 정규직·비정규직 균등대우 불인정 등 비정규직 차별해소보다 노동시장 유연화쪽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쪽은 "현안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을 밝힌 것인 만큼 향후 인수위와 조율을 거쳐 정책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쟁점과 관련, 인수위 박태주 전문위원은 "현재로선 쟁점들을 검토중인 단계"라며 "아직 결정되거나 밝힐만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 노사정위 논의쟁점과 노동계 입장

이미 알려진 대로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비정규직이 임금하락을 위해 남용되고 있으며, 동일노동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한편으로 비정규직 확대가 노동자 조직률 하락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 노동자 1,300여만명의 54%인 737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는 8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 조사에서는 임시·일용직 노동자 규모가 전체의 52%로 집계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일하는 시간은 주당 평균 45.5시간으로 정규직(44시간)보다 길지만 월평균 임금은 96만원으로 정규직(182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의 1/4 수준이다.

노사정위에서는 현재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고용형태별로 기간제 근로, 파견 근로, 단시간 근로, 특수고용노동자로 나눠 대책을 논의해왔다.

이와 관련,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의 경우 사유제한과 기간연장 등 남용가능성 규제방안이 더 구체화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도 신설뿐만이 아니라 실효성 보장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견 근로에 대해선 민주노총이 '파견 철폐'에, 한국노총은 '파견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노총 조직본부쪽에서는 파견, 용역, 도급 등에 관한 현재 법률을 노무공급에 관한 하나의 통일된 법률로 정비해 파견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단시간 근로의 규제방안으로는 서면계약체결을 의무화하고, 단시간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별개의 취업규칙을 둬 단시간 근로자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단시간 근로 문제는 다른 형태의 비정규노동보다 비교적 노사간에 논란거리가 적은 사안이다.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해 노동계는 노동3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가내노동법 제정이나 하도급 종사자 및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도급 ·위탁계약 해지를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고, 입증책임을 원청사업주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 비정규 대책 논의 향후 추이

이런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선 일단 노사정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노사정위 위상강화를 공약한 상황에서, 향후 실제 강화된 위상과 권한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노사정위가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의 실효성 내지는 규정력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일견 '비용증가'와 '경쟁력' 등을 이유로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조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위 위상강화 논의, 인수위와 노동부간 의견조율이 노동계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그렇다 해도 노동계가 올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떤 비중으로 대응하느냐는 새 정부의 정책 결정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경우 양대노총이 사업계획에서 비정규직 조직화에 특히 무게를 두고 있고, 민주노총 화물연대 결성 등 비정규직의 조직적 결집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제도개선과 관련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좁혀지지 않는 노사간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에서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새 정부가 어떤 지혜를 짜낼지 지켜볼 일이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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