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은 전국의 경영자, 근로자 여러분과 가족 모두에게 새해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해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사들이 많았던 뜻깊은 한해였습니다. 지난 6월 월드컵 행사에서 온 국민은 일심동체가 되어 한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유감 없이 보여주며 매우 성공리에 마쳐 국가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12월 대통령 선거는 정책중심의 공약대결의 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져 이제 정치도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지난해 노사관계는 여전히 아쉬움을 많이 남긴 한해였습니다. 연초부터 발전, 가스 등 공공부문 사업장 노조가 구조조정 반대 파업을 벌여 노사관계가 평탄치 않을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 법정 근로시간 단축, 공무원 노조 인정 등 현안이 부각될 때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우선 당장 물리적인 힘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근대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계의 투쟁은 진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올해 또다시 노정, 노사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올 대외적 환경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가 힘들만큼 불확실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 경제의 둔화, 중남미 국가의 금융불안,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가능성으로 인한 유가상승 등으로 세계 경제가 자칫 동반하락할 우려도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운용 방향 조정과 여소야대 등 정치적 환경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내수도 침체될 가능성이 높고, 법정근로시간 단축과 공무원노조 인정 등 노사관계 환경,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어 자칫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현실에서 평화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로의 전환 없이는 경제·사회발전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노사정은 이러한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21세기 선진일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각자 맡은 역할의 재정립을 해야 할 것입니다.

새 정부는 구조조정을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효율적인 틀을 구축해야 하고, 기업경영에 걸림돌인 기업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고,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계는 일부이긴 하나 계급의식에 기초한 이념적 노동운동과의 단절을 꾀해야 하고,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의 세계화 조류에 적극 적응하려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로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려는 행태 보다는 노사공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식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진정으로 근로자의 미래를 걱정하며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노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영계는 노조와 근로자를 진정한 경영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투명경영과 열린 경영을 해야 합니다. 또한 지식경제시대 경쟁력의 원천인 근로자를 기업경영의 최고 우선 순위에 두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근로자의 직장 만족도를 극대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의 흥분과 감격의 순간들을 엮어 경제발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으며, 대립과 반목의 장애물은 과감히 걷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노력하여 번영된 나라를 만들어 가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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