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돈을 벌어 동생들이 있는 고향으로 가야죠. 그런데 일을 하려면 그 전에 아픈 게 꼭 낳아야 되는데…."

오랜 단식농성 끝에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은 키르키즈스탄 출신의 몬수로프 라브샨(22)씨. 그가 걸린 병은 외상이 없는 상태서도 갑자기 뇌출혈에 의해 사망하거나 혼수상태가 올 수 있어 사망률이 40%에 이르는 중병이다.

지난 18일 이주노동자의 날 집회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골수 검사를 위해 구멍이 뚫린 엉덩이를 구타당한 뒤 출혈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돈이 없어 곧 퇴원하고 지금은 병원복을 입은 채 매일 한시간 씩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일인시위 중이다.

새해엔 열심히 일해 고향에서 기다리는 동생들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오는 2월 13일이면 일시보호해제가 중단돼 다시 강제연행 될지 모르는 형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달 말까지 완치되지 못하면 비장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

"고향엔 공장도, 공사현장도 없어 돈벌기 힘들어요. 두 동생들도 한국에 와서 같이 살면 좋겠는데. 나마저 쫓겨나는 것은 아닌지…."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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