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15일 광복절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한맺힌 통곡과 함께 발표된 광복절 사면 특사는 남북화해, 남남화해를 위한 유례없는 대규모 특사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난 정권시절 국정을 농단한 권력형 비리사범들이 대거 포함되어 무원칙한 정략적 고려에 의한 조치이며, 공정성이 의심되는 사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과거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 시절에는 사면복권이 공포정치에 대한 국민의 원성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남용된 바 있다. 뿐만아니라 문민정부 이후에도 고위층 부패사범에게 다시금 정치권에 등장하여 부패를 영속시키게끔 하는 면죄부로서 부패정치를 온존케하는 장치로 사용되어 왔고, 야당의 도전을 무마하는 정략으로도 이용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정부 역시 지난 사면복권 조치 속에서 이양호 전 국방장관, 장학로 전 청와대 행정실장,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권력형 비리사건의 주역들을 사면복권 시켰고, 이번 사면조치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어 "경직된 법치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라는 사면복권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 시 당시 김대중 후보와 한국노총 간에 정책연합을 맺은 사실을 소속 노조에 홍보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이란 죄목으로 벌금형을 받고 '98년 7월 벌금납부를 이행했던 김만제 당시 현대전자노조위원장(현 금속노련부위원장)에 대한 사면복권을 작년부터 줄곧 요구하여 왔으나 이번에도 단지 15대 대선 관련 사건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외되고 말았다. 15대 총선 사범 중 비리형 선거사범, 그것도 형이 확정된지 1년도 안된 사람들이 버젓이 사면되고, 국사범 급에 해당하는 삼풍사건의 주역들도 애초 사면고려 대상에 포함시켰으면서 말이다. 이번 사면 역시 예외없이 특사가 있을 때마다 각계의 논평 속에서 발견되는 '유권무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다시한번 진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였다.

또 하나 한탄스러운 것은 이번 사면복권 관련 주무부서인 법무부 관료들의 고압적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태도이다. 사면복권 기준에 대해 문의하는 한국노총 실무자에게 법무부 검찰 3과 신계장(이사람 자기 이름이 신계장이란다)이란 관리는 해명은 커녕 15대 대선관련 사범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신경질적인 대답과 함께 사면복권 담당자 이계장(이사람 이름도 이계장이란다)이 휴가갔으니 복귀하면 다시 물어보라고 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면복권이 발표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실무자를 휴가보내는 검찰 3과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조치는 물론이며, 정부정책에 대해 문의하는 사회단체 간부에게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요즈음 공무원 사회의 자정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과거 무소불위의 법무부-검찰 관리의 전형적인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최근 롯데호텔 파업에 대한 비인간적인 폭력진압, 금융파업과 관련하여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금융노조 이용득 위원장의 구속수사, 그리고 초기업별 노조설립 자유화에 대한 노사정 합의사항에 대한 검찰의 일관된 거부 등 우리 법무행정은 권력의 변화에 따라 줏대없이 흔들리면서도 힘없는 국민에게는 비민주적이고 비인권적이며 구태의연한 관료적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을 이번 사면복권 과정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판단컨대 우리 법무부 관리들에게 민주주의란 수식어를 붙여주기에는 여전히 까마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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