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가혹한 처방이 우리를 빈곤으로 몰아가고 있다. ”

아르헨티나 노동계가 다시 일어 섰다. 올 3월 72억달러 규모의 IMF 차관에 따른 페르난도 델라루아 정부의 초긴축정책에 반발, 노총과 노동자연맹이 9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긴축정책의 골자는 과세 왜곡을 바로잡아 세수를 늘리는 한편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을 통해 올 세출예산을 9억3,800만달러감축하는 것이다. IMF와의 합의에 따라 재정적자를 지난해 71억달러에서올 47억달러로 줄여야 하는 정부로선 불가피한 조치. 하지만 노동계는 “부담이 중하위층 근로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IMF 등의) 금융독재에 맞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업률이 14%에 달하는데다 공무원까지 시위에 가세해 노정(勞政) 갈등은 증폭될 조짐이다.

때문에 남미 3번째 경제국인 아르헨티나의 기상도는 밝지 못한 편이다. IMF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올해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2.5%에 불과하다. 브라질(3.5%) 멕시코(4.5%) 칠레(5.5%) 등에 못미치는 것이다. 1990년대 초·중반 신흥시장국의 모델로 불릴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의외다.

사실 외채위기로 90년 인플레이션이 2,600%에 달했던 아르헨티나는 91년메넴 정권이 ‘태환정책’(Convertibility Plan)을 도입하면서 안정성장의궤도에 진입했다. 페소화 환율을 달러화에 연동시킨 뒤 외환이 국내로 유입되는 만큼 통화를 발행하고 두 화폐간 태환을 전면허용하는 태환제도 덕분에 물가상승률은 1%에 그치고, 공기업 민영화와 외국인투자규제 완화 등으로 외자가 밀려들면서 93~98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4%에 달했다.

그러나 아시아 외환위기 및 브라질 불황이후 수출시장이 막히고, ‘태환정책’이 페소화의 고평가를 초래하면서 교역조건마저 악화해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123억달러에서 올 133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태환정책은 이제 경제활력의 동인이 될 수 있는 ‘저금리 기조’를 억제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금리를 인상하자아르헨티나 금리도 따라 올라간 것이다. ING베어링사의 남미담당 경제분석가인 페르난도 로사다는 “아르헨티나가 재정긴축을 해야 하지만 경기 사이클상 좋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곧 IMF의 과도한 긴축요구가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IMF 차관으로 자율적인 경제정책 수립도 어려운 아르헨티나 정부로선 이번 노동계 시위로 인해 운신의 폭이크게 좁아져 있다.

‘탱고’와 ‘에비타’의 나라 아르헨티나가 ‘남미의 진주’라는 옛 명성을 되찾는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