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별따기'

최근 채용직 상근간부 공채를 실시했던 일부 산별연맹·노조가 어렵사리 간부를 뽑거나 공고기간을 넘겼음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등 애를 먹고 있다.
한국노총 화학노련은 지난달부터 18일까지 연맹 홈페이지에 한달 동안 공고를 내 남녀 각 한명씩을 채용하려 했다. 그러나 두 명의 남성만 지원, 결국 여성간부 채용을 위해 다시 한번 공고를 내기로 했다.

한달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노조 홈페이지와 일간지 생활광고를 통해 두 번에 걸쳐 공고를 낸 끝에 한 명을 채용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공고가 나간 뒤 서너명이 지원했지만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은 높았으나 실제 노조활동 경험이 있는 지원자가 드물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최근 연맹 홈페이지와 2개의 일간지 광고를 통해 조직실과 대외협력실 상근간부를 공채했던 공공연맹은 2명 모집에 5명이 지원했다. 연맹 사이트에 올린 광고 조회수가 2,000건이 넘은 데 비하면 엄청 낮은 지원률이었다. 공공연맹 역시 현장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찾기 힘들었다는 게 연맹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화학노련 관계자는 "노조라는 특성상 급여 등 대우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봉이 인력채용에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어느 노조, 연맹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채용직 간부를 공급해 왔던 '인력풀'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노조나 연맹에서 활동하는 채용직 간부들은 크게 학생운동 출신과 현장 조합원 출신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연맹 간부의 경우 노조활동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거나 현장 경험이 필요한 점을 본다면 현장 조합원 출신이 적합하다는 게 각 연맹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현장 조합원 출신의 경우 해고되지 않는 이상, 상급단체 파견을 꺼리는 경향도 없지 않아 지원자 부족현상 속에서 적임자 찾기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지원자 수도 적고 현장 경험이 있는 간부들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노조 상급단체 근무에서 매력을 찾지 못한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상급단체의 경우 현장에 있을 때보다 생활, 급여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현장 출신들의 상급단체 근무를 꺼리게 하는 것 같다. 또 학생운동 출신이 부족한 것은 전반적인 학생운동의 약화도 있겠지만,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조직이 확대되면서 반드시 제조업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2개월 전 간부채용을 실시한 결과 단 한명이 지원했다는 민주노총 한 산별연맹의 관계자는 "채용직 간부의 경우 업무가 많은데 비해 그 권리는 제한돼 있다는 게 노동운동에 뜻을 둔 학생운동이나 현장조합원 출신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 노조 채용간부들의 처지가 노동운동가로서의 전망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는 학생운동 출신이 현장에서 활동을 하다가 상급단체에 들어왔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목적의식적으로 단련된 조합원들이 상급단체로 올라 올 수 있도록 '인력풀' 시스템이 노동계에 정착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