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무엇보다도 실천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해서 남북의 정상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남북 사이에서 몇차례 합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지킬 수 없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중심으로 해서 진지하게 통일담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시기의 핵심적인 통일운동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향후 한반도 정책이 주목된다.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열강들을 통일의 협력자로 이끌어 내는 자주적인 외교가 더욱 필요하다.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미국을 통일의 협력자로 만드는 일이다. 이는 북한 미사일문제나 주한미군 문제를 비롯한 북미 적대관계를 푸는데도 도움을 준다.

남북의 두 정상이 서명한 6.15 남북공동선언에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 고 돼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합제안' 은 남측의 역대 정부가 주장한 '남북연합'과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의 첫 단계인 '국가연합'을 포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이번에 처음 사용한 개념인데 1991년 김일성 주성이 언급한 '느슨한 연방제'와 같은 개념으로 보인다. 북측 방안의 기본입장은 1980년 10월 6차 당대회 이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이었다. 1991년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를 통해 '느슨한 연방제'를 제안하였다. 김일성 주석은 "잠정적으로는 연방공화국의 지역 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장차로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더 높여 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하는 문제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중앙일보 2000. 2. 16) 고 말였는데, 지역 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느슨한 연방제'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말하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가지고 있는 '공통성'이란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여 공존공영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외교권과 군사권은 남북의 지역정부가 가지게 된다. 이렇게 남북이 공통성을 인정한 것은 남북이 통일방안을 합의할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통일에 대한 자신감 결여는 통일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는 다른 차원의 태도이다. 통일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통일의 개념을 정태적이고 몰역사적인 차원에 국한시키는데서 비롯한다. 통일을 역사의 합법칙적 발전과정으로, 동태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통일을 과정으로 바라볼 경우, 통일을 하면 후유증이 크니까 통일을 미루자는 주장이나,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니고 있는 결함을 극복할 수 있다.

단번에 정치와 경제제도를 일치시키는 독일식 통일만이 통일이 아니다. 통일국가는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통일과정은 남북한의 적대적 대결을 해소하는데서 시작한다. 이렇게 통일을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급속한 제도통일에서 비롯되는 후휴증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현 상황을 통일시기로 진입하는 단계로 이해하는 역동적인 역사인식이 가능해지며, 평화공존의 단계가 분단의 한 형태가 아닌 통일시대로 진입하는 초기상태라고 통일지향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된다.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무엇보다도 실천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해서 남북의 정상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남북 사이에서 몇차례 합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지킬 수 없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중심으로 해서 진지하게 통일담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시기의 핵심적인 통일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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