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전국공무원대회 전야제에 참석한 공무원 1,500여명은 노동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였다. 비록 집회 시작 40여분만에 경찰병력이 투입돼 대부분 연행됐지만 이들은 끝까지 "노동3권 보장" 등 구호을 외치며 의지를 꺽지 않았다.

○…정부가 서울시내 주요지역에 2만여명의 병력을 배치한 상황에서 상경한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조를 이뤄 서울 시내에 대기하고 있다 이날 저녁 9시께 한양대 대운동장에 집결했다.

곧이어 시작된 전야제에서는 수배중인 노명우 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해 "우리는 직장협의회만도 못한 공무원조합을 원하지 않았다"며 "어떠한 탄압 속에서도 제대로 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도 "민주노총은 끝까지 공무원노조 투쟁을 지원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환호를 받았으며 노 직무대행의 제안으로 반주 없이 '님을 위한 행진곡'를 합창하면서 집회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9시45분께 지역본부 소개 도중 경찰병력이 대운동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으며 참석자들은 어깨를 겯고 연좌농성을 벌이며 완강히 저항하다가 30여분만에 전원 연행됐다.

○…이에 앞서 대회장에서 만난 창원시청 소속 한 공무원은 "언젠가 해야할 싸움이라면 지금 당장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상경투쟁에 참석했다"며 "연가만 내고 상경하지 못한 조합원들도 모두 한마음"이라고 말했다.

경찰들이 전야제 현장에 투입돼 해산작전을 시작하자 뒤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여성공무원은 "정부의 폭력적인 처사에 할 말을 잃었다. 정부가 강경할수록 현장에서 더 큰 투쟁을 불러올 것이다"이라고 소리치며 연행에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끌려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집회대열에 결합하지 못하고 연행되는 동료들을 지켜보던 대구지역 한 공무원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공무원들을 정부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국민으로 보지 않고 한판 붙어보자고 한다면 원하는 데로 해줄 것"이라며 "흩어진 조합원들을 찾아 다음 집결장소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하려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통령 후보는 한양대 정문에서 경찰이 제지하는 바람에 한 발 늦게 현장에 도착했으며 한때 공무원 연행에 항의하던 권 후보 수행원이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의 연행 장면을 지켜보면서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은 13년전 전교조 결성당시와 똑같은 상황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식의 탄압으로는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요구를 잠재울 수 없다는 사실을 전교조가 증명했음에도 정부태도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양대는 지난 89년 5월 전교조 결성대회 전야제 장소로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연행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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