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율 50%대를 넘나드는 드라마 '야인시대' 때문에 매주 월, 화요일 저녁시간 술집이 한가할 정도라고 한다. 독립군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거지에서 종로 건달을 거쳐 국회의원에 이른 김두한의 일대기가 박력 있게 펼쳐지면서 남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두한이 한 때 '노동계'에도 몸담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실제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간부직을 맡기도 했다.

<한국노총 50년사>에 따르면, 김두한은 1954년 제7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처음 등장한다. 그는 '반공 청년운동의 기수'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당시 대한노총은 우익 청년단체 간부들도 관여했으며, 김두한은 대한노총 감찰부장직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두 번째 등장은 좀 더 극적이다. 4·19혁명 직후 민주파인 전국노협의 조직화가 가속화되면서 대한노총 간부들이 사퇴하고 있을 때였다. 김두한은 대한노총 기존 세력에 대항해 '부정축재처리 긴급대책 노동권익 투쟁위원회'라는 명의를 내걸고 등장, 무력으로 소공동에 위치한 '노동회관'(노총회관 전신)을 접수했다.

김두한 세력이 자진해서 물러나 일단락된 사건이지만, 이에 대해 <한국노총 50년사>는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세력과 동일한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야인시대를 즐겨본다는 한국노총 한 간부는 "부끄러운 역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야인시대'가 영웅을 찾는 대중심리를 자극,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역사와의 간격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