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나그네를 유인한 다음 특수한 침대에서 잠을 재운 뒤 키가 그 침대 길이보다 작을 때는 잡아당겨 늘이고, 더 클 때는 침대 밖으로 나온 신체를 잘라버리는 잔인한 방법으로 나그네의 생명을 빼앗곤 했다 한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고대 그리스 전설을 꺼내는 이유는 최근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한 공휴일 축소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자주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정부는 주5일제 시행과 관련해 국제기준 등을 내세워 법정공휴일수 축소를 검토한다고 했다가 "외국과 다른 한국의 실상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그러던 중 정부는 주5일제 정부입법안을 시행할 경우 상대적으로 공무원들의 휴일수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불거지자 이번엔 다시 공무원의 휴일수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실노동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는 어디로 갔는가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미 주5일제 정부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실근로시간단축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공휴일에 이은 공무원 휴일수 축소 논란은 정부가 주5일 도입을 계기로 실노동시간 축소가 아닌 휴일수 축소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노동계가 공무원 휴일수 축소문제와 관련해 "정부입법안에서 연차휴가를 18∼25일로 조정하고 1년 근속당 하루씩 추가하는 것으로 바꾸면 될 일"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의적 기준을 설정하고, 거기에 모든 현상을 끼워맞추려는 태도에 대한 비판적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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