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내홍을 겪으면서 올해에만 정치위원장이 김태일 부위원장에서 비대위 조희제 부위원장, 또 김형탁 신임 부위원장으로 바뀌었다. 민주노총이 조직적 어려움을 겪는 탓에 대선 관련 준비가 늦어진 측면도 있지만, 이번 대선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그래서 "이번 대선을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 민주노총의 대선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이번 대선과 2004년 총선을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이번 대선은 진보진영의 힘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야 하며 이 힘을 바탕으로 차기총선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진보진영의 공동대응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민중투쟁과 대선을 결합하는 것이다. 12월까지 각지에서 대중투쟁이 전개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표, 제조공투본과 공무원노조 투쟁, 노동자대회와 빈민대회, 농민대회까지 이어지는 흐름들이 단순히 일회성 투쟁에 그치지 않고 대선에서 표로 결집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허무한 투쟁이 될 수도 있다."


- 결국 민주노총 차원의 계급투표가 가능한가 여부인데.

"97년도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총력을 기울였지만 계급투표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 정당명부 투표에서 민주노동당이 8,1%를 득표하면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계급투표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선과 차기 총선을 거치면서 계급투표 경향은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계급투표와 관련된 명확한 전략이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교육도 부족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마련되는 데로 각 노조 간부들을 조직해 조합원들을 직접 설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조직적 준비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나.

"이제 시동이 걸리고 있는 단계다. 민주노총 조직들이 워낙 현안투쟁이 많은 상황에다 주요한 연맹 선거까지 앞두고 있다. 아직도 대선으로 어떻게 힘을 모아갈지 고민하는 단계다.

그러나 97년도와 달리 지금은 당이 나름대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동될 수 있는 당 지역조직과 민주노총 지역조직을 결합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맹 중심이었지만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일부에선 민주노총 방침과 달리 노무현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는데.

"크게 부담 갖지 않고 있다. '비판적 지지'는 예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즉자적인 대응보다는 정치적 실천을 통해 이런 흐름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정된 사항을 지키려는 게 민주노총 원칙이며 전체 흐름은 이 원칙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노동연대'는 노무현의 보수색깔을 희석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노총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다."


- 정치 방침에 대한 충분한 내부 동의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에 대한 대의원들의 거부감도 없다. 대의원이나 지도부의 역할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조합원들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일상사업을 통해 민주노동당을 자신의 정당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문제는 있다. 그러나 실천에 보다 노력해야 할 문제지 결정의 문제는 아니다."


- 한국노총 독자정당 창당에 대한 입장은.

"한국노총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고민하는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협상용이 돼서는 안된다. 민주노동당의 지분과 강령 개정 등을 요구한다면 통합과정에서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만의 정당이 아니다. (한국노총이) 그냥 들어와서 활동하면 된다. 당내에서 민주적 의사를 거쳐 문제를 제기해야지 통합과정에서 지분이나 노선의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논의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