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의 국정감사가 지난 5일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환노위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의원들의 늦은 배정 및 잦은 교체, 준비 부족 등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인 끝에 결국 예년에 비해 부실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시간을 갖고 충실한 준비로 정책자료집을 펴내는 한편 끈질긴 조사와 추궁으로 국감 중간에 노동부의 개선대책을 이끌어내는 등 성과도 없지 않았다는 평이다.

이번 환노위의 국정감사,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가능성을 보였는지 결산해 봤다.


* 큰 이슈가 없었다…주5일제 그나마 관심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큰 이슈가 없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그나마 주5일 근무제, 병원파업, 대우조선 산재은폐 의혹, 외국인인력대책 등이 관심을 끌었다.

이들 중 주5일 근무제는 국감 첫날 양당간 신경전, 노동부와 공방을 통해 가장 관심을 모았던 쟁점. 그러나 전반적으로 각당의 당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정쩡하게' 대처했다는 평가가 높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 단독입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분명했으나 '다시 노사합의를 이끌라'는 비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입법의 불가피성은 인정했으나 내용면에서는 의원들간 의견이 달라 혼란을 보여, 각 당 의원들 모두 법안의 국회 상정을 앞두고 보다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을 샀다.


* 대우조선 산재은폐 의혹제기 반향

이번 국정감사는 정책 및 기획감사라는 측면에서 몇몇 눈에 띄는 사안이 나오기도 했다. 박인상 의원(민주당)의 대우조선 산재은폐 의혹제기는 회사측의 문건을 입수해 '근거있는' 문제제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킨 예다.

박 의원은 대우조선측이 근골격계 유소견자를 어떻게 설득해 산재요양신청을 저지했는지 회사측 문건을 통해 조목조목 제기하는 바람에 노동부가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오세훈 의원(한나라당)의 실업급여 통계신뢰 및 부정수급에 대한 끈질긴 제기는 결국 노동부가 국감 중간에 '부정수급 개선대책'을 내놓게 하는 등 정책감사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오 의원은 산업안전기구인 보호구, 방호장치의 부실상황을 직접 건설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들이대며 관계 당국을 추궁, 새로운 기획감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박인상, 오세훈 의원은 모두 정책자료집을 내놓았다는 공통점도 보여줬다.


* '준비 부족' 부실 국감…대선국면 '소극적'

그러나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맥이 빠진' 부실 국감이었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국회의원들의 늦은 배정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재보선 의원 4명이 국감 일주일 전에야 배정을 받았고, 국감 첫날 민주당은 김상현 의원을 이원성 의원과 긴급 교체하는가 하면, 한나라당 이회창 의원은 대선 출마를 이유로 단 한번도 국감장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 자료요구를 아예 하지 않은 의원들이 나오기까지 했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깊이 있는 준비 자체가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의원들의 '날카로움이 무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원파업에 대한 증인채택의 경우 "대법까지 가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인 병원장을 "교섭하라"고 당부하는 선에서 그치는 등 "왜 채택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기회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평이다.

또 가톨릭계 병원인 중앙성모의료원 병원의 경우 아예 증인채택을 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대선을 앞두고 종교계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겠냐는 분석마저 있었다. 그밖에 장기파업사업장 등의 노동현안도 잘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현안소홀"-"균형회복" 노사 엇갈린 반응

노동계는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노총 이정식 기획조정본부장은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컸다"며 "특히 주5일 근무제와 관련 의원들이 너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의 이회수 대협실장은 "환노위 위원들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노동문제에 소홀했다"며 "특히 환노위의 위상이 약해 노동관련 사안인 경제법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재계는 "이전보다는 균형감을 찾은 것 같다"고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그만큼 노동문제를 아는 의원들이 줄어들고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국정감사를 꾸준히 모니터해 온 27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지난달 말 중간평가를 내놓고 환노위의 경우 박인상(민), 오세훈(한), 이승철(한), 전재희(한) 의원 등 4명을 우수의원으로 선정한 바 있으며, 이번주 내 총평가 보고서를 내는 한편 각 상임위별로 '베스트-워스트' 의원을 선정한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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