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유재섭 정치담당 부위원장은 아직까지 한국노총 독자정당의 창당 후 진로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창당 후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목한 민주노동당과 '당대당 통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창당방침을 설명하는 전국지부장회의를 마친 유재섭 부위원장을 만나 사실상 한국노총의 대선방침인 창당방침에 대해 들어봤다. 유재섭 부위원장은 전국지부장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부장들은 창당방침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외됐다고 불만을 터뜨렸으나, 회의 말미에는 창당방침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유 부위원장은 전했다.

한편 유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중앙정치위원회에서 한국노총 창당방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노동운동을 함께 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창당과 관련한 산하조직들의 관심이 저조한데, 가장 큰 어려움은.

"9월 중순부터 10일 전까지 지역을 돌며 창당설명회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지도부가 나서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면서 '비판적'지지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대표자, 조직, 재정 모두 안 된다고 봤다. 그러나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활성화되고 있고, 당비를 내는 당원 5만명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창당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98년 대의원대회에서 2004년 이전에 창당을 하기로 결의했었다. 문제는 이번 대선 전 창당이냐, 대선 후 창당이냐는 것이었는데, 홍보나 정치세력화 측면에서 '대선 후 창당'은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 당대표 영입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1차적으로 박인상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이남순 창당준비위원장이 계속 만나고 있다. 오는 10일 전국노조대표자회의 이전까지 결론을 내는 쪽으로 교섭을 하고 있다. 만약에 박 의원 영입에 실패할 경우 이남순 위원장이 노총 위원장직을 직무대행에게 맡기고, 당대표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것도 10일 이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


- 독자정당 창당 후 진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창당 후 진로는 명확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성공하면 당대표가 당원의 뜻에 따라 출마할 수도 있고, 출마를 못할 경우 같은 색깔을 갖고 있는 정당과 제휴도 할 수 있고, 정책연합을 할 수 있는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 그런 여러 경우의 수 때문에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 아닌가.

"한국노총의 대선방침은 아직까지 '창당'이 전부다. 그런 측면에서 진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 민주노동당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목했는데.

"설문에 의하면 민주노동당을 선호하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꼭 결합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왜냐하면 28개 산별조직 중 금융노조는 독자정당을 인정하는 대신에 민주노동당과 합당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밝혔으나, 그건 일부다. 특정정당만 거론하면 당원들이 어떻게 구성될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과 합당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고,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여론조사에서도 1순위는 민주노동당으로 해야 하지만, 그 다음은 진보적인 개혁세력과 연대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다."


- 한국노총과 당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는지.

"당 대표직을 맡을 인사를 끝내 영입하지 못할 경우 이남순 위원장이 노총 위원장직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창당하기 전까지 한국노총이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창당 뒤에는 후원자로서 남는 것이다. 당에 참여할 사람들도 한국노총쪽을 정리하고 가야 될 것이다."


- 대선 전 합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대선 이후까지 당이 지속될 가능성은.

"민주노동당과 당대당 통합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성사되지 못했을 경우 개혁적 세력과의 정책연합 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창준위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따르지만, 당의 방향은 당원들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 현 단계에선 예측할 수 없다. 개인적으론 민주노동당과 당대당 통합에 실패할 경우 당연히 2004년까지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단일정당을 만들어야만 한다."


- 그럼,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는데 있어 요구조건은 뭔가.

"지금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한국노총 독자정당이 창당되고 나면 민주노동당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입장에선 대통령 후보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독자정당쪽이 당대표직을 맡는 식의 협력적인 분위기로 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간다면 통합할 이유가 없다. 민주노동당이 기득권을 버리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통합에 성공하면 이번 대선에서 선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진보진영이 단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노동계 통합까지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 기존 정당과의 연결고리들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제일 우려하는 점이다. 지역에 있는 지부장 등 대표들이 기존 정당에 가입해 있다. 당장 오라는 소리는 못하지만 자연스럽게 임기가 끝나면 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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