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주5일 노동제의 시행시기를 늦추라고 권고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규개위는 노동부가 제출한 주5일 노동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조건부 통과’시키면서 “법정근로시간 단축에는 동의하지만, 시행시기는 산업여건의 성숙도에 따라 재조정하라”고 권고했다. 더구나 규개위는 다수의견으로 주5일 노동제를 “농업 이외 전체 산업의 주당평균 노동시간이 44시간 이하에 달하는 시점부터 시행”할 것을 제시했다.

문제는 노동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민주노총·한국노총이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노동계는 노동부의 개정안이 “재계의 의견을 큰 폭으로 받아들여 노동조건을 크게 후퇴시키고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내용으로 제출되었다”며 노동부안대로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 중앙지도부와 산별연맹 대표자들은 서울 명동성당에서 농성에 돌입하며 노동부안의 ‘개혁’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노동부의 개정안을 오히려 더 ‘개악’한 규개위의 권고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노동계는 규개위가 재계만을 대변했다고 비판하면서 그 근거로 위원회의 인적구성을 지적하고 있다. 규개위의 민간위원 13명은 경제·경영학 교수와 기업대표 등으로 노동계를 대표하는 위원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주5일 노동제 도입은 우리 경제력에 비추어 볼 때 너무 늦었다. 비단 노동자들을 위해서만 절실한 것은 아니다. 지식과 정보가 곧 상품이 되는 시대에 경제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주5일 노동제는 필요하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규개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우지만, 위원회의 인적 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용자에 편향된 권고는 ‘특별한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남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노동법의 주체인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설득력 있는 법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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