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체제 '구조적 한계' 공감…다양한 연대 모색 위해 내달 19일 문화제

공공연맹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맹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관심을 모았다. 연맹은 13∼14일 천안 류관순 청소년 수련원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단위노조 대표자 수련회'를 열고 '연맹 통합 3년에 대한 평가와 진단, 전망모색' 등을 주제로 진지한 논의의 장을 펼쳤다.

올 상반기 연맹은 발전노조 '4·2 노정 합의'로 양경규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지도부 공백 등 연맹의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5월 대의원대회가 열렸으나 성원 미달이라는 뜻밖에 이유로 논의조차 못했다.

이전에도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가 성원 미달로 무산된 적은 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놓고 볼 때, 지도부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임원 선거 방식을 결정하려던 지난 5월 대의원대회 무산은 연맹의 현 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연맹은 구심력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 만큼 현장과의 거리는 더 벌어지고 있었다.

* 연맹은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

"현장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일단 투쟁하자'는 식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자기 문제 이외에는 무관심해지는 겁니다."

"어떤 조합원은 자신이 공공연맹인지, 민주노총인지도 헷갈려 합니다. 연맹에는 조합원이 5명인 노조도 있고 3만 명이 넘는 노조도 있죠. 그만큼 인식, 조직의 성격 등 격차가 심합니다. 눈 높이에 맞는 다양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막연하게 연맹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있습니다. 뭐 좀 해주겠지…. 그러나 연맹이 우리 단위노조에게 주는 '꿈', '전망'은 무엇이죠? 지금은 회의적입니다."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공공연맹에 대해 갖고 있는 다양한 고민의 현주소다. 실제 대기업노조는 '돈만 많이 내고 별 도움 안 되는 곳', 중소기업노조는 '연대의 구심', 소규모노조 '뭐든지 해결해 줄 것 같은 보험회사'로 연맹을 여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때문에 언제부턴가 '연대와 단결'은 구호로나 외쳐지며 노조에 대한 '생동감'은 '임금투쟁'에서나 반짝할 뿐이라는 자조도 들린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장과 연맹의 결합력 부재, 투쟁의 피로도, 교육의 미진함, 분파주의, 회의구조 부실함, 대기업노조의 조직이기주의, 자본의 공세 등 여러 가지 진단들이 나왔다. 하지만 핵심은 공공연맹 역시 기업별노조의 한계라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했다는데 참석자들은 기본적으로 의견을 함께 했다.

패널토론자로 참여한 데이콤노조 이승원 전 위원장은 "연맹은 기업별노조의 연합체로 더 크게 기대할 것이 없는 체계"라며 "연대 이외에 다른 역할에 있어서는 참 모호한 한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 "산별전환에서 희망을 찾자"

"산별노조가 만능열쇠는 아니죠. 그렇다고 '산별이 과연 대안이냐?'는 식의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분명한 건 산별노조는 노조의 무게중심을 산별로 옮겨주고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단위노조에서 전체 노동의 문제로 올려준다는 겁니다." 연구전문노조 박용석 위원장은 무엇보다 어떻게 '제대로' 산별노조로 갈 것인가 집중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 지적되고 있는 교육 부재, 현장 결합력 미진, 분파 등 고질적인 문제를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얘기해야 합니다. 기본적이지만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연맹 석치순 운수분과위원장은 절실하게 말한다.

공공연맹은 그 첫 번째 시도로 오는 10월 19일 대규모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 연맹 3년 만에 처음 갖는 행사다. 연맹 양한웅 위원장 직무대행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국악, 발레, 환경미화원, 연구자, 통신노동자 등 연맹 내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에게 '투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연대와 단결'을 실감케 할 고민의 찬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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