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직후 새 경제팀의 현대사태에 대한 입장정리에는 적어도 2∼3일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또 형식도 새 경제팀과 청와대 비서실간의 조율을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측은 빗나갔다. 김 대통령이 비서실을 통한 간접대화 형식이 아닌 개각 후 첫 국무회의라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진념 신임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새경제팀에게 “금주 내에 현대문제를 해결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현대문제 해결을 통해 새경제팀의 능력을 검증받도록 하라”고까지 말했다. 현대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직접 개입은 경제운용과 관련, 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동시에 현대문제 해결과정을 통해 새경제팀의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무회의 석상에서 현대문제를 언급하면서 ‘지속적인 개혁’을 강조한 것은 새경제팀의 색깔을 놓고 연성내각이 아니냐는 여론의 부담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위야 어찌됐든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집권 후반기를 맞는 김 대통령의 집권 구상, 특히 연말까지로 예정돼 있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실천의지와 그 강도를 시사하고 있다.
현대문제는 이제 더 이상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김 대통령의 집권후반기전체 재벌개혁의 ‘시금석’이 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말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올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과제가 재벌개혁임을 예고한 바 있다. 정부가 마련한 ‘2단계 기업구조조정 추진방안’에는 금융감독위원회에 기업의 불법·부당거래를 조사할 수 있는 계좌추적권 및 현장강제조사권 부여,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연장 등 굵직굵직한 내용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정부는 법무부가 세계은행(IBRD)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기업지배구조개선에 관한 용역결과를 토대로 소수주주권과 이사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키로 하고 올 정기국회에서 상법,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미 재벌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현대문제는 정부의 재벌개혁의지를 가늠케하는 첫번째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 장관이 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간부회의에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기업 경영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실무진들에게 독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정부는 단순한 금융시장 불안해소 차원을 넘어 집권 후반기 재벌개혁에 대한 청사진에 따라 현대를 죄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