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병원 파업으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공권력 투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전례대로 ‘파업∼공권력투입∼저항∼구속’ 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군사정권 시대처럼 노동자 쪽 주장을 무시한 채 사용자 쪽 견해만 좇아 공권력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이에 노동자들이 수십미터 높이의 골리앗크레인에 올라가 목숨을 건 치열한 투쟁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노와 사가대화와 협상으로 더디고 어렵지만 차근차근 해결점을 모색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고, 정부는 그렇게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공권력 투입의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 칼날을 벼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의 배경에는 아이엠에프 이후 가장 큰 노사문제가 된 임시·계약직 등 고용불안에 대한 노조의반발이 있다. 비단 이 문제가 몇몇 병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모든 사업장에 관련된 문제라고 할 때, 노사의 대화와 협상에 의한 해결책이 모색되지 않고 극한대결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이런 파업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적 관심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의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에 지금껏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가 파업백일을 넘겼다고 공권력을 들이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장한다. 올 12월 대선의 주인공인 대통령 후보들이 직접 이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후보들 중에는 12월 대선의 승리자가 되어 청와대의 새 주인이 될 사람이 있다. 봉황이 새겨진 그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5년간 지금의 노사문제보다 더 어려운 국제, 외교문제를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이런 갈등의 현장에서 노와 사의 견해와 주장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하여 노와 사, 그리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소신 있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사진 몇장 찍으려고 수해현장에서 몇 분 정도 시늉이나 하는 대통령보다 대립과 갈등의 현장에 직접 나서서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다시 말해, 국민이 즐거워하는 장소에서 같이 웃어주는 대통령보다 갈등과 고통의 현장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