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5일치 영국 <인디펜던트>를 보면, 영국의 전력 생산량 4분의 1을 차지하는 브리티시 에너지가 극심한 자금난에 처해 재국유화를 포함하는 ‘블루프로젝트’ 를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이라고 한다.

브리티시 에너지에 앞으로 12개월안에 4억5천만파운드가 추가로 지원되지 않으면 파산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블루 프로젝트’ 에는 최소한 5억파운드의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6년 전 사기업화(민영화)한 브리티시 에너지는 사기업화 당시만 해도유럽에서 가장 최신형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한 영국의 간판 발전회사였다. 그러나 사기업화로 발전산업에 경쟁개념을 도입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해 낮은 전기료로 국민에게 서비스하겠다던 영국 정부 의도는 이번 사태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영국국철은 사기업화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자주 꼽힌다. 영국국철은 1996년철도 노선 유지 회사인 레일트랙을 사기업화하고, 노선운영은 12개 지역으로 나눠 사기업화를 추진해 왔다. 사기업화 이후 서비스 질이 서유럽에서 최악으로 나타나 승객 수가 크게 줄고 철도회사들의 수지도 떨어지게 되었다. 97년 이후 대형철도사고만 해도 6번이나 발생했다. 지난 5월10일 런던 부근에서 일어난 열차사고로7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이러한 사고의 주원인은 사기업화 이후 유지보수와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도회사가 단기 이익에 치중해 비용절감을 위해 정비와 유지 보수를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레일트랙이 파산하여 정부 관리 아래 있고, 엄청난 액수의 공적자금이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도 사기업화는 보수당 정부가 시작했지만 현재노동당 정부가 그 실패의 뒤처리를 맡아 큰 곤경에 처해 있다. 노동당 정부는 지난6년간의 철도 사기업화를 중단하고 다시 공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79년 대처 정권 등장 이후 비용절감과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기업사기업화가 계속되어 왔으나 영국국철인 레일트랙에 이어 영국통신, 항공관제서비스, 영국항공 등이 줄줄이 경영난을 겪는 등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국의 전력 사기업화 실패는 공기업 사기업화 성공 국가로 꼽히던 영국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특히 한국전력 자회사 사기업화를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정부는 국민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연내에 한전 자회사 가운데 가장 알짜기업인남동발전을 사기업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영국 사기업화 당시 알짜기업이었던 전력회사가 불과 6년 만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해 1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졌다는 이번 사례에서, 정부는 사기업화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력산업 사기업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전력산업은 자산가치가 70조를 넘는 국민경제의 동력인 기간산업이다. 이런 중요한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려면 사회적으로 성실한 논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한다. 발전소 매각정책이 타당한지는 민주적 논의과정에서 재론될 수 있다. 논의과정에서 사기업화 정책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범국민적 논의에서 사기업화론이나 매각론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도 있다. 또한 논의과정에서 매각정책을 상당기간 미루거나 재검토하는 것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이런 민주적 논의과정이야말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기존의 이해관계를 재조정하는 사회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12월 대선 국면에서 열릴 좁은 정치공간에서나마 전력, 철도 등을 비롯한 필수 공공서비스 사업의 사기업화와 매각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발전회사 매각 유보 및 재검토 요구를 사회적으로 전면화하고 이에 대한 토론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차기 정부로 사기업화 문제를 넘기고 차기 정부에서 사기업화와 매각정책에 관해 범국민적 재논의를 통해 합의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정원 영국웨일즈난민협회 교육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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