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노사정 간에 합의한 40시간 주5일근무제가 구체적인 법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공휴일 수를 무조건 줄이자는 입장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5일제가 도입되는 경우에 국제 수준을 고려, 현재의 공휴일 수를 일부 축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주5일제의 근본적인 취지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그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데에 있다. 우리 나라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실근로시간이 244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홍콩, 대만, 싱가포르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우리 나라의 공휴일 수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연간 17일이다.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와 비교해 보면 일본 15일, 영국 8일, 독일 9∼12일, 프랑스 11일, 미국은 10일 수준이다. 주5일제가 아닌 대만은 22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휴일 수만을 비교할 수는 없다. 실질적인 연간 휴일 수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는 주휴일이 104일, 공휴일은 15일, 연차휴가는 10∼20일로 연간 129∼139일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주휴일이 104일이고 공휴일 수는 11일이다. 하지만 연차휴가가 30일로 연간 145일에 이른다. 대만의 경우는 전체로 107∼130일이다.

현재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대로 월차휴가를 없애고 연차휴가를 15일부터 25일까지로 하는 경우 우리 나라의 휴일·휴가일 수는 91∼101일 수준에서 136∼146일로 증가한다. 우리의 휴일·휴가일 수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0년을 근속한 근로자의 경우 주휴일 104일, 연차휴가 19일(15일 기준으로 근속 2년당 1일 가산), 그리고 공휴일 17일이면 140일이 된다. 10년을 근속한 일본내 근로자의 104일, 20일, 15일을 합친 139일보다 하루가 많다.

경제 5단체는 공휴일 수를 6일까지 줄이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식목일이나 어린이날을 줄이거나 토요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두 공휴일을 줄인다면 공휴일 수는 15일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15일로 줄어들어도 공휴일 수만을 놓고 보면 일본 수준이며 주5일제를 도입한 국가에서는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틀 정도 공휴일 수를 줄이는 것은 주5일제 도입, 국제 수준, 전체 연간 휴일 수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주5일제의 본질로 돌아가 보자. 우선, 공휴일 수의 축소는 임금 보전과 별도로 생각할 수는 없다. 근로시간단축이 탄력근로시간제의 확대나 휴가 사용 촉진 등으로 연계되면 삶의 질은 오히려 저하될 수도 있다. 실근로시간의 단축과 연계되어야 한다.

둘째, 중소기업에 예상되는 충격을 고려할 때 단계적인 도입은 불가피하다. 노동계에서는 전면적인 도입을 주장하지만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주5일제의 도입이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데 비해 공휴일의 축소는 전사업장에 동시에 적용된다. 주5일제의 도입이 유예되는 중소사업장의 취약계층 근로자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셋째, 기업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전경련이나 중기협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5일근무는 인건비 증가와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1980년에 14만7000원이었던 제조업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2000년에 160만1000원으로 10.9배가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 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1980년에 비해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대적 요구와 환경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기업의 선택일 것이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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