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CMC(가톨릭중앙의료원)의 파업이 110일째를 넘어서고 있다.
늦봄 시작한 파업이 초가을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병원 파업을 바라보는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 방침으로 어수선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차수련 위원장을 9일 오전 강남성모병원에서 만났다.

▷ 요즘 심경이 어떤가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희생과 고통이 크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잘못된 것에 대해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저항할 생각이다. 솔직한 심정이다."

▷ 사태가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핵심 원인과 해결 방안을 진단한다면.

"사측은 '노조를 깨겠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 10여 년 이상 노조활동을 했지만 이런 사업장은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권력 투입 운운하는 등 사측의 '우군'으로 행동하고 있다.
단단히 마음먹은 병원이 무슨 이유로 자율교섭을 하겠는가.

해결방안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정부가 노동자에게 했던 만큼만 병원의 불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속 방침 등 엄격한 법 적용을 하기 바란다. 그럼 사용자들은 움직인다."

8일 오후 노동부의 '주선'으로 경희의료원 노사가 오랜만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공권력 투입 방침 이후, 단 한번의 교섭 없이 해고, 파면만 난무했던 강경 기조 속에서
마련된 교섭 자리라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별 진전 없이 대화는 마무리됐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징계, 무노동무임금 등 핵심 쟁점에 노사간 입장 차이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징계, 무노무임은 '투쟁의 정당성' 문제…민주노총 연대 절실


▷ 징계, 무노동무임금 등 장기파업으로 발생한 현안문제가 여전하다. 일부에선 지도부가 조합원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징계, 무노무임은 작은 명분이 아니라 '투쟁의 정당성' 문제다.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요인은 직권중재로 인한 불성실 교섭이다. 파업을 유발한 것은 병원이다. 실정법 위반이야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짊어져야 하겠지만 (병원의)징계를 받아들일 이유는 전혀 없다. 무노무임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저항에 불이익을 줘서 단체행동권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를 수용할 수 없다. 다가올 희생과 피해가 두려워서 굴복한다면 이후 희생은 2배,
3배 재생산 될 것이다."

▷ 파업이 110일 넘어서고 있다. 이후 어떻게 투쟁을 이끌어 갈 생각인가

"노조의 방침은 정면돌파다.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한다고 해도 물러서지 않겠다.
공권력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에 확실히 보여줄 생각이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노조 투쟁을 민주노총 투쟁으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며 시민사회단체 등
연대 틀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국정감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해
(병원측과 정부가) 제대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노조는 이 기간에 맞춰
장기파업 병원장 증인채택, 대 정부 질의, 국회 앞 상경노숙 등 적극적인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차수련 위원장은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승리의 관건은 무엇보다도 '단결과 연대'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번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투쟁에 적극 동참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상입니다. 양팔을 껴 주세요."

인터뷰를 끝낼 무렵 강남성모병원 로비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공권력 투입과 연행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벌써 2주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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