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아, 피곤해” “도대체 몇푼이나 벌려고 이런 일을 해야 하나”등 불평불만에 가득차 찌들린 표정으로 보내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남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도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이들도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늘어나며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시간을 활용하는 이들은 “영혼을 살찌우고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다보니 수입은 늘지 않아도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고 말한다.

유광호씨(삼성광주전자 과장)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동료들과 함께 광주 덕림동 ‘애일의 집’ 을 찾는다. 정신지체아들이 모인 그곳에서 유씨 동료들은 원생들과 놀아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청소나 텃밭 잡초 뽑기 등 손볼 곳을 찾아 일을 한다. 처음엔 말이 잘 안 통하고 행동도 부자유스러운 아이들을 돌보고 일까지 하다보면 피곤하기도 했지만 돌아올 때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청소된 것 같단다.

“내 손으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기쁘죠. 개인적 보람도 크지만 무엇보다 동료들끼리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단합이 잘되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조금 껄끄러운 일이 있어도 이곳에 와서 장애아이들을 돌보며 땀흘리다보면 어지간한 일은 다 잊거든요. 봉사활동으로도 모자라 용돈을 아껴 후원금을 내는 동료들도 늘고 있답니다”

회사원 염기택씨는 ‘햇살농장’ 이란 봉사팀을 이끈다. 염씨와 동료들은 경기 수원시 무봉족지관내 독거노인 19명과 결연해 매달 주말농장을 가꾸면서 농작물을 나누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농장은 인근의 식당으로부터 기증받은 곳이라 나눔과 감사의 의미가 더 크단다.

주5일 근무제는 김은경씨(34·광고대행사 근무)의 세상을 보는 눈을 변화시켰다. 3년 전 이혼하고 혼자 여섯살짜리 딸을 키우는 그는 아이가 유아원에 가지 않는 토요일마다 전쟁을 치렀다. 파출부를 부르기도 하고, 친구집에 맡기기도 하고, 어느 날은 회사에 데려가기도 했다. 그러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모임에 가입한 후 서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주5일 근무를 하는 부모들이 다른 가정의 아이들을 주말 동안 맡아주기도 하고 주말여행을 가기도 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김씨의 집에 10명의 아이들을 초대해 아이들에게 탕수육도 만들어주고 게임도 함께 했다. 이들은 친형제보다 서로 더 가깝게 지내고 각 부모에게 이모, 삼촌 등으로 호칭을 부른다.

“예전엔 세상이 제게 이혼녀라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고 늘 시간이 모자라 종종거리며 팔자타령만 하며 많이 울었죠. 하지만 이젠 울지 않아요. 힘들 때 이웃이 돼주는 이들도 있고 또 여러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아이에게 열린 가족, 넓은 가정의 의미를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마음이 평화로워지니까 일의 능률도 더 오르는 것 같아요”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주관한 가족봉사활동에 참가했던 김명석씨(45·서울 역촌동)는 주말마다 부인, 두 딸과 함께 보육원을 찾는다. 그곳에 가서 시설 아이들에게 준비한 선물도 주고 그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하거나 놀이공원에도 데려간다.

처음엔 딸의 권유로 끌려가기 시작했던 그가 이제는 입양까지 고려하고있다. 늘 아들이 없다고 서운해하던 그 무뚝뚝하던 김씨가 보육원 아이에게 줄 선물을 직접 고르거나 “우리, 막내딸 하나 데려올까”란 말을 해서 온가족이 놀랐단다.

한국초중 등 봉사활동 교육연구회 이경희 부회장은 “가족단위의 봉사활동은 자녀들에게 진정한 봉사정신을 심어주고 가족사랑도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평소 불평불만이 많던 아이들도 봉사활동을 통해 가족의 고마움을 깨닫고 부모들은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에게 주워진 1주일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7일.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삶의 질도, 생활의 빛깔도 이렇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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