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있는 사람들'과 국내외 자본을 위한 '개악'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세법개정안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민주노총 오건호 정책부장의 글을 싣는다.

지난 29일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이 안은 중산층, 서민을 위하겠다던 '국민의 정부'가 내놓은 마지막 조세개정안이다. 조세정책은 세금을 누구에게 거두냐에 따라 계급적 성격이 드러난다. 이번 정부안은 부유계층, 자본, 외국기업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대신 노동자, 서민에겐 과세를 강화하는 개정안으로 최악의 작품이다.

김대중 정부 조세정책은 세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정부가 집권초기 자영자 소득파악위원회 설립, 자영자 과세특례제도 폐지, 금융소득종합과세 도입 등 세제개혁에 관심을 보이는 시기이다.

그러나 자영자 소득파악위원회는 성과없이 조기에 해산되었고, 변칙적 과세특례제도인 간이과세제가 여전히 존속되었으며, 지나치게 높은 기준금액(4,000만원)으로 많은 부유층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망에서 빠져나갔다. 무늬뿐인 김대중정부 초기 세제개혁은 곧 한계가 드러났다.

두 번째 단계는 부유층과 자본을 위한 조세개악이 본격적으로 행해지는 시기이다. 1999년에 대용량 가전제품, 피아노, 골프장 이용료 등 사치품의 특별소비세가 인하되었고, 2001년 하반기에 다시 골프용품, 녹용, 유흥주점 등의 특별소비세가 추가로 인하되었다. 반면에 일반서민이 주로 애용하는 담배에는 담배부담금 명목으로 10%의 간접세가 추가되었다.

일반서민에겐 간접세를 인상하고, 소수 부유층에겐 특별소비세를 인하해 준 것이다. 이어 법인세가 1% 인하되었다. 우리나라 법인세는 외국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편인데도 더욱 인하하여 매년 7,500억원의 감면 혜택을 자본에게 주었다. 입만 열면, '글로벌스탠더드'를 외치는 정부와 자본이 세금에서만은 그렇지 않다.

세 번째 단계는 외국기업에 대한 조세권 포기가 추진되는 시기이다. 올해 5월 정부는 자동차특별소비세 인하조치를 2개월 연장하였다. 한국에서 대형승용차 판매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아직도 미국의 자동차소비세 인하 요구가 계속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수용할 눈치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이 '경제특구 입주기업 감세' 항목이다. 내년부터 외국인투자지역에 위치한 외국인기업들은 7년간 소득세, 법인세를 면제받고, 그 후 3년 간 50%를 감면 받는다.

또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토지세를 면제받고, 수입자본재에는 관세, 소득세, 부가세가 면제된다. 나아가 이 조세감면조치는 공식적인 경제특구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투자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외국기업에 대한 조세권 포기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김대중정부 조세정책 세 단계의 특징을 모두 담은 종합품이다. 무늬뿐인 조세개혁조치, 부유층과 자본에 대한 조세감면, 외국인기업에 대한 세금특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에서 유일하게 '개혁조치'로 내세우는 변칙적 상속·증여 방지대책도 사실상의 경제적 증여에 모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지 않는 한, 정부 방안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또한 개정안은 기업구조조정 지원, 지주회사 설립, 중소기업 정보화 등을 이유로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을 확대하였다. 대신 과세의 공평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것이 근로자우대저축,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장기증권저축 등 근로자, 서민을 위한 세금우대저축제도 폐지이다. 대대적인 세제특혜를 부유층, 기업에게 부여하면서 오히려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제도는 폐지해 버리고 있다.

부유층, 자본, 외국기업이 세금을 감면 받을수록 그 세금을 메우는 것이 노동자, 서민의 호주머니이다. 법인세 인하로 축소된 정부재정, 외국기업이 내지 않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결국 우리 민중이 내게 된다. 단지 쉽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김대중정부의 조세 개악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제 노동자가 조세개혁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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