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조들의 파업이 100일째를 넘어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희의료원, 카톨릭중앙의료원, 한라의료원 등 병원들의 노사갈등이 석달 넘게 칼끝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29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공권력 투입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여기에 재계는 공권력을 투입하라며 성명을 내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에 맞서 노동계는 공권력 투입시 대정부 전면전을 선포하겠다며 경고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노조들의 노사갈등이 왜 이렇게 극한대치로 이어지게 되었을까? 4-5년전만 해도 병원노조들의 파업은 길어야 1-2일을 넘지 않았다. 병원의 경우 필수공익사업장이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실패로 끝나면 대부분의 경우 직권중재에 회부가 된다.

따라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불법파업이라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그때부터 노조의 교섭력은 약화되는 현상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가능한 빠른 시간안에 타협점을 찾으려 하게 되고, 그래서 파업돌입 몇 시간만에 노사합의가 이뤄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런 병원노조의 단기파업 관행이 깨지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대병원, 충북대 병원 등의 파업이 10여일을 넘겨 몇 달동안 이어졌고, 올해 들어 또다시 일부 병원노사분쟁이 석달을 넘기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여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병원노조가 파업 돌입 이후에 불법파업에 따른 징계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사협상이 더 교착상태에 빠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사용자측에서는 노조의 불법파업이라는 약점을 이용하여 노조의 활동력을 제어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병원노조들이 직권중재제도의 법적인 정당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들어 노동계는 직권중재제도가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부당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주장을 해왔고, 이런 주장은 병원노조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최근 병원노조들의 장기파업에는 직권중재제도라는 제도적인 장벽이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기회에 직권중재제도에 대한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닐까?

일부 선진국에서는 필수공익서비스에 대해서 단체행동권은 허용하되 국민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 노조에게 기본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체계상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분쟁에 대해 굳이 직권중재제도가 아니더라도 긴급조정제도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병원노조들의 장기파업은 한편으로는 제도개선을 통한 해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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