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 갈릴리 교회는 최근 토, 일요일 연휴에 휴가를 즐기려는 젊은 신자들을 위해
‘금요저녁예배’ 를 도입, 교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개신교회들도 속속 금요일 퇴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예배를 도입하는 추세다. 교계 일부에서는 주5일제가 6일 일하고 하루 쉬는 주일성수 개념에 어긋난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차피 주말여행 증가로 초래될 교회출석 저하현상을 금요예배와 같은 적극적인 대안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이처럼 국내 종교·문화계 지형을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초기에는 여행인구가 늘어나 문화소비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위기’ 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종교계. 일산 광성교회의 정성진 목사는 “주5일근무제는 위기인 동시에 또하나의 기회”라면서 “연휴를 이용해 부부, 가족, 또래중심의 각종 프로그램을 비롯해 지역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을 마련한다면 전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교회는 축구선교단, 야구선교단, 등 산선교단 등 각종 스포츠별로 선교단을 운영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는 것.

불교계도 주5일 근무의 확대를 겨냥해 사찰을 불자뿐만 아니라타 종교인, 일반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익적인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서울 심곡암의 문화축제, 서울 보탐사·길상사의 사찰음악회 등이 좋은 사례. 특히 월드컵 기간동안 외국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던 ‘템플 스테이 (단기간 사찰에 머물면서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도 주말을 이용해 정신적 휴식을 찾는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현재 주말수련회를 상설화한 곳은 서울 길상사, 해남 대둔사, 보성대원사, 나주 불회사, 대구 영남불교대학 등. 서울 진관사, 화성 용주사, 예산 수덕사, 대구 동화사 등이 올 여름부터 시행한가족단위 수련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5일근무제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극장업계다. 국내 영화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주5일 근무는 영화관람객 수의 대폭적인 증가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극장(복합상영관) 체인인 CGV가 최근 평일과 주말시간대의 입장료를 차별화한 것도 대외적 명분은 관객분산 효과이지만, 사실상 주말 매출을 높히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미 주요대도시 대형극장들은 주말관객을 잡기 위해 금요일 저녁부터 심야상영시간을 크게 늘리고 있다.

CGV 홍보 마케팅 팀의 이지연 대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극장의 피크타임은 토요일 오후 2시 이후였는데 최근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금요일 저녁부터 관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요일 심야시간, 토요일 조조시간에 가족 관객, 직장인 관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이런 관객층을 잡기 위한 극장업체들의 차별화된 서비스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목요일 오후부터 주말기분을 느끼는 젊은 관객들을 잡기 위해 영화개봉일도 기존의 금, 토요일에서 목요일로 당겨질 것으로 영화배급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주5일근무제 확산이 미칠 영향을 놓고 전략마련에 분주하다. MBC의 경우 심의실에서 전담연구원을 두고 시청자 생활패턴 변화 등을 연구중이다. 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여가활동의 증가를 가져오면서 TV시청률 저하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있다.

주5일근무제가 정착된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의 가구당 주간 평균 TV시청률이 우리나라의 1/3 수준인 15% 안팎에 불과한 것이 좋은 예. 만성 불황에 시달려온 화랑가, 공연가도 주말 관객 잡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사동, 사간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화랑가에서는 이미 일요일 개관, 월요일 휴관이 정착된 상태. 공연가도 관객, 직장인 관객을 위해 시간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극단 학전의 이양희 기획실장은 “지금까지 금요일 저녁 회식 대신 공연을 보는 단체관객이 많았는데 주5일제 근무제 확산 이후단체관객은 목, 화요일로 옮겨가고 금요일은 개인관객 중심으로 바뀌었다”면서 “관객의 편의를 위해 토요일 낮 공연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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