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노동제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재계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 노동조건 후퇴 없고 중소·영세·비정규직 희생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을 촉구한 바로 그 시각에 경제 5단체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주5일 근무 입법안’ 에 실시시기 등을 늦춰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노사정위원회 논의와 국제기준을 고려해 입법안을 만들고 이를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놓고 노사가 정면으로 맞부딪친 셈이다. 대다수 언론도 노사가 ‘이견’ 을 좁히지 못했다며 힘겨루기 양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주5일 노동제를 둘러싼 논의를 되짚어보면 노사 공방이 거꾸로 가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5단체장들이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사실상 반대하고 주5일노동제를 ‘2005년 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시행’ 하자고 주장함으로써 노사정위에서 노·사가 합의한 사항마저 뒤집었기 때문이다. 재계가‘국제기준’ 을 내세우는 것은 더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한국 노동자의연간 노동시간(이하 2000년 기준)은 2,474시간으로 독일(1,480시간)이나미국(1,877시간)은 물론이려니와 멕시코(1,888시간)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다.

게다가 주5일 노동제는 1930년대에 시작한 미국·프랑스를 비롯해 대다수 선진국이30여년 전에 시행했고 중국도 이미 5년전에 도입했다. “경제규모 세계 12위인한국에서 주5일제를 도입하면 기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기업주들의 무능함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라는 두 노총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재계가 선뜻 동의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5일 노동제 논의를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면 이는 노사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 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경제 5단체의 성숙한 성찰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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