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근무제의 협상 당사자. 지난 2년여간 수차례의 차관급 회의를 통해 늘 논의의 전면에
서있던 경총 조남홍 상근부회장은 이번 합의 실패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경총은 참 열심히 했습니다. 다른 경제단체와는 달리 경총은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아쉽습니다." 그런 한편 단호했다. "정부입법은 원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노사정 대표 연쇄 인터뷰 - '하반기 노사관계 이렇게 본다'

노사정위 '주5일 근무제' 협상결렬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의 단독입법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가.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이 겹쳐 있는 올해 하반기 노사,
노정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주5일근무제 협상에대한 평가와 정부입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 등 현안은 물론,
대통령 선거시기까지 노사, 노정관계에 대한 전망을
노사정 5개단체·기관 대표들에게 직접들어봤다.
이들 5개 단체·기관 대표의 인터뷰 내용은 5일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
6일 민주노총 백순환 비상대책위원장, 7일 경총 조남홍 부회장,
8일 노동부 방용석 장관 순으로 이어진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주5일근무제, 그리고 대선을 앞둔 경영계의 행보. 조남홍 부회장을 통해
경영계의 하반기 노사관계 구상을 들어봤다.

▷ 주5일근무제 합의에 실패했다. 협상의 당사자로서 총평을 한다면.

조남홍 경총 상근부회장 " 실패의 원인을 꼽자면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당초 취지는 외국기업 환경과 유사해야 하며, 차세대 근로자들이 잘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긋나버렸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분명히 짚자면 노사간 거의 합의가 된 거나 다름없는데, 부칙이나 합의문에 임금보전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자고 한 노동계에 잘못이 있다.

기존임금 보전이란 4시간이 줄어든 데 대한 기본임금을 주겠다는 것이지 가변임금(휴가, 초과근로)을 의미한 게 아니다. 서로 기본임금에 대한 오해 때문에 시간끌기가 돼버렸다. 어떤 경우에도 (그같은 안을) 우리는 받을 수 없다. "

▷ 정부가 단독입법에 나섰다. 정부안에 포함돼야 할 핵심내용에 대한 입장은.

" 우리는 그동안 합의를 위해 양보한 게 많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게 맞다. 일요일 무급화, 휴가제도 15∼25일에 3년당 1일, 초과근로수당 할증률 25% 이 세 가지는 꼭 지켜줘야 한다.

노동계는 노사정위 조정안(4·24)이 소위 사용자안이라고 하지만, 우리도 불만이 많다. 정부는 그것도 수정해서 과단성 있게 가야 한다. 정부가 철학 없이 (노동계에) 끌려 다니는 것 같다. "

▷ 한나라당, 자민련은 모두 정부입법에 부정적인 것 같다.

" 두 당이 모두 반대한다지만, 경총의 입장은 근로시간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의 근로시간제도는 매우 낙후돼있다. 아직은 근로시간을 단축할 때는 아니지만, 현행법을 그대로 놔두고 단협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면 법개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무조건 반대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리해서는 안된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정부안이 어떤 모양을 갖느냐에 달렸다."

노동계와 다른 각도이긴 하지만 법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한 조부회장은 이날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심정을 토로했다. 실제 주5일근무제의 경우 올 상반기 노사 단협을 통해 '법시행시 즉각 시행'을 체결한 사업장이 많아 법개정이 안되면 내년 상반기 노사분규의 핵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법개정은 시기상조'라는 전경련, 중기협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주5일제 합의실패 노동계 임금보전 구체방식 명문화 요구 탓"
대선후보 공약평가 채점 아닌 정책 비판이 중심
산별교섭 '이중과세' 비용 더 들어 사용자단체 난색
비정규직 정규직화 법제화요구는 기업 손발 묶는 것
노사정위는 대강방향 합의하고 구체안은 정부에 맡겨야
▷ 재계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갈등은 없겠는가.

"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크지는 않으나 아주 없다고 볼 수 없다.

중기협과의 입장차가 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전경련은 협상 당사자가 아니다보니 국제기준과 자꾸 멀어진다는 우려를 한 것이다. 경총은 '이 안이면 할만하다'고 확신이 들 때 재계를 설득할 것이다. "

올 상반기 핵심 화두였던 주5일근무제가 아직은 한 고비를 남겨 놓았지만 일단 여기서 숨을 고르고 협상 결렬이 된 공무원노조 문제, 그리고 노사정위에서 논의 중인 비정규직 보호방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공무원노조 도입 문제 역시 결렬됐는데.

" 공무원도 근로자로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노조는 시기상조다. 우리의 노사관계과 국민정서를 볼 때 조금 빠르다. 사실 행자부가 상당히 전향적으로 나왔다고 본다. 왜 노동계가 안 받는지 모르겠다. "

▷ 비정규직 보호방안 역시 합의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앞으로 노사정위에서 현안이 될텐데.

" 노동계의 가장 앞서가는 요구가 일정기간이 되면 정규직화를 강제법제화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수용할 수 없다. 법으로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이다. 다만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근로기준법에 최대한 반영하자는 것에는 동의한다. 가령 사회보험 적용, 야근수당 등 근로시간제도 개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노사간 상반된 입장 탓에 타결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렇다면 노사정위에서 논의해온 3대 제도개선과제가 모두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당연히 노사정위의 향후 진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질 때다.

▷ 그동안 노사정위 역할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 몇 년간 논의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지만, 그동안 노사정위를 통해 서로를 배웠다는 성과가 있다. 다만 운영방법상 노동계가 노사정위 합의사항이 사법, 행정, 입법을 모두 규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문제였다. 합의되면 무조건 국회로 간다는, 또 반드시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협의기구로서 대강의 방향에서 합의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에 맡겨야 한다. "

▷ 노사정위 운영과 관련한 재계쪽 입장을 제기할 생각은 없나.

" 대선을 앞두고 경총이 여러 정책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거기에는 노사정위 문제가 들어있다. 내용은 앞서 말한 수준의 내용 정도다. "

▷ 장기파업 해결을 위한 경영계 생각은.

" 올해의 문제는 병원인데, 분명한 것은 필수공익사업장 제도에 대해 노조가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

▷ 상반기 노사관계의 특징은 노동계의 산별교섭 요구였다.

" 사용자들의 기본시각은 산별교섭이 과연 효율적인가의 문제에 있다.

유럽의 경우도 산별에서 기업별로 내려오지 않는가. 산별교섭을 해도 이중교섭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커진다. 또한 그에 맞대응할만한 사용자단체가 없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의도가 없어 앞으로도 갖추기 힘들 것이다. 이후 노동계의 요구에 기업단위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계가 산별로 집단화해 간다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반기 화두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사단체 모두 바쁜 행보가 예상된다. 경총은 이미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공약평가를 한다고 밝혀 한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 대선후보 공약평가 계획은 노동정책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 현재 이와 관련된 경제단체의 포지션은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추후 논의한다는 것이다.

대충 9월정도가 될 것이다. 방법은 논의를 해봐야 안다.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하든지, 개별적으로 하든지.

구체적인 평가방법은 후보자들에 대한 점수를 계량화해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고 우리의 입장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아이디어가 차기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의 질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

▷ 대선과 노사관계 역시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반기 노사관계는 어떻겠나.

" 상반기 분규건수가 2배 증가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상당히 불안한 시기였다. 특징은 전국적이 아닌 국지전 성격을 띠었다는 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요구가 분출할 거라고 본다. 집단적인 요구가 분출됐을 때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다. 또 민주노총의 집행부가 구성되면 요구사항이 나올테고 이것이 쟁점화되면 하반기 노사관계는 다시 긴장될 것이다. "

▷ 끝으로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해달라.

솔직히 말하면 현 정부는 한국노총과 정책연합을 하며 탄생한 정부다.

태생적으로 노동정책 운영에 있어 한계를 갖고 출발했다. 그래서 노동정책 관련 법적용에 있어 법과 원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친노동적인 정책을 구체적으로 편 것도 없는데, 노동계의 요구수위는 아주 높아졌고, 그만큼 불만이 커갔다. 이는 노정관계 악화로 이어져 악순환이 거듭됐다. 구속노동자수가 전 정권보다도 많은 것은 그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경영계 입장에서 보면 현 정부는 노동계 편향적이다. 특히 여성정책과 관련해서는 더 그런 것 같다. 현 정부가 신노사문화 운동을 펴면서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고 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