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입법저지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다."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은 노사정위 주5일근무제 협상 결렬 이후 정부 입법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정부 입법안은 노동계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으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사정 대표 연쇄 인터뷰 - '하반기 노사관계 이렇게 본다'

노사정위 '주5일 근무제' 협상결렬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의 단독입법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가.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이 겹쳐 있는 올해 하반기 노사,
노정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주5일근무제 협상에대한 평가와 정부입법안의 국회통과 가능성 등 현안은 물론,
대통령 선거시기까지 노사, 노정관계에 대한 전망을
노사정 5개단체·기관 대표들에게 직접들어봤다.
이들 5개 단체·기관 대표의 인터뷰 내용은 5일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
6일 민주노총 백순환 비상대책위원장, 7일 경총 조남홍 부회장,
8일 노동부 방용석 장관 순서로 이어진다.
이 위원장은 또 최근 관심사로 등장한 한국노총 독자정당 창당 문제와 관련해 "정당명부제가 시행되고 노동자들의 정치욕구가 증가하는 등 정당제휴로 담아내지 못할 에너지가 있다"며 "정당제휴를 추진하면서도 정당건설의 가능성과 조합원들의 선호도를 검토해 정당건설이 유익하다면 창당에 대해 결의기구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번에 안 된다면 대선 직후에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설명, 독자정당 창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가을 이후 노동시간 단축협상과 관련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좀체 하지 않던 이남순 위원장을 지난달 29일 오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이위원장은 그 동안 언론인터뷰를 자제해 온 것은 정부와 청와대 등에서 자신이 소극적으로 임해서 협상이 어려운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언론까지 가세해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노사정위의 노동시간 단축 협상이 결렬됐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 노동시간 단축이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접근이 됐어야 하는데, 재계에서 연월차, 생휴폐지, 주휴무급, 할증율 25%등 시간단축과 직접 관련없는 개악안을 들고 나오면서 '근로기준법 개악 협상'으로 변질됐다.

또 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노사정위의 역할이 미약했다. 협상막판에는 경영계의 독선이나 아집이 판을 깨는 요인이 됐다. 정권 말기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기화로 재계가 무조건 판을 깨기 위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경총이 전혀 대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재계 5단체가 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대한상의가 반대했다 물러서면 중기협이 반대하는 식이었다. 노사관계의 성격상 이런 문제에서는 재계의 양보와 용단이 필요한데 경총이 전혀 그런 역할을 못했다. "

▷ 이제 정부가 단독입법 수순을 밟고 있는데.

" 정부입법에서 중요한 것은 법안의 내용인데, 공익위원안을 기초로 그동안 노사협상에서 진전시킨 내용이 감안된 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는 공익위원안에서 임금보전의 수단, 주휴무급화, 탄력적 근로시간의 지나친 연장에 대해서 우려했었다. 정부가 아마 노동계 입장을 잘 알 것이다. 노동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는 입법안이 됐으면 한다.

그러나 우리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입법저지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한 업종이나, 기업부터 주5일 근무제를 합의하고 실시해나가는데 노총이 뒤에서 최대한 정책적·조직적 지원을 할 것이다. "

▷ 정부입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 여러가지 상황을 보니까 만만친 않은 것 같다.

이회창 후보나 대선후보로 나섰던 이인제 의원같은 경우에도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정치지형에선 오히려 시기상조론이 더 강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긴 하다.

그러나 적절한 선에서 입법이 되고 논의가 된다면 국민의 여망을 고려해 볼 때 마냥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


"일부 정치권 시기상조론 우려…국민여망 저벼려선 안될 말"

▷ 노동부가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을 청취할 것으로 보는데,
막판 협상 가능성은.


" 어려울 것으로 본다.

노사정위 협상 막바지에 나온 재계쪽 발언을 볼 때 재계를 이해시켜가면서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외국에서도 주5일을 노사정 합의로 실시한 경우는 드물다. 재계는 당연히 부담이 생기는데, 이해시키려는 것은 사실 욕심이었다. "

▷ 협상결렬로 노사정위 역할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번 협상과 관련한 노사정위 활동을 평가한다면.


" 점점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와 입장도 필요하다.

그동안 노사정위가 했던 것을 폄하하는게 아니다. 노사통합과 사회적 비용의 절감 등 상당한 기여를 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각 부처간 견해를 통합하는 능력이라든지, 국정 최고통치자와의 채널 같은 것이 취약해보인다. 지금보다는 강화된 노사정위의 기능과 위상이 필요하다.

아울러 민주노총이 참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만들어 노동계가 노사정위 장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 그렇다면,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 노동자 서민의 편에 서줄줄 알았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물론 IMF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고는 하나 노동자 서민에게 너무나 많은 고통을 안겨줬다. 강제적인 금융,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우리의 경제기반을 해외자본에 종속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정리해고는 노동자에게 너무나 많은 고통을 주었다. 민주노총, 교원노조에 대한 합법화, 정치활동 보장 말고는 노동정책에서 낙제점수를 주고 싶다."

이남순 위원장이 지난 2월 위원장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혁특위'와 '대선특위'가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남순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개혁특위와 대선특위 활동을 하반기 주요 사업계획으로 언급했다. 특히 자신이 직접 개입하기보다 특위 위원들에게 자율성을 준 점을 강조하며, 자신은 실천과 결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하반기 중점을 두는 사업은.

" 노총 개혁특위와 대선 공간에서 정치세력화 확대문제다.
또한 그동안 진행해왔던 시간단축, 공무원노조, 비정규직 문제 등 제도개선 문제와 공공부문 지침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혁특위에 대해서는 백지에서 그림을 그리라는 요구를 했다. 실천단계에서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특위 위원장을 연맹위원장으로 하고, 개혁특위 운영과 관련해서도 위원들에게 모든 자율성을 줬다.

대선문제와 관련해서도 대선기획단에 백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그 방향에 있어서 노총 지도부중 어느 누구든 기득권이 있다면 포기하겠다, 과정은 상당히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해라, 결단은 지도부가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노총회관 신축문제와 이사도 내부적으론 작은 문제가 아니다.

▷ 정당제휴를 올해 대선방침으로 정한 뒤 최근엔 정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 정책연합은 97년 대선 당시 정치역량상 최선이었지만, 궁극적으로 정당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할 때 최선은 아니었다.

여건과 역량을 보면서 창당시기를 고민해왔다. 지금 시점에선 정당명부제가 시행되고 노동자들의 정치욕구가 증가하는 등 정당제휴로는 담아내지 못할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정당제휴를 추진하면서도 정당건설의 가능성, 여건, 조합원들의 선호도를 검토해 정당건설이 훨씬 유익하다면 창당에 대해서 결의기구에서 논의할 것이다. 이번에 안된다면 대선직후라도 가능한 것이다. 독선적으로 하지 않고. 투명성 민주성을 갖고 결정할 것이다. "

▷ 그렇다면 당대당 제휴가 되는 것인가.

" 그럴 가능성이 있다. 창당이 된다면 유사한 지향을 갖고 있는 정당, 사회개혁세력과 재창당이나 합당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직 이런 이야기는 이르고, 정당제휴 입장을 가지면서 정당창당도 검토하는 입장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

▷ 민주노동당에 대한 입장은.

" 많이 고생했고, 성과도 낸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렇지만 민주노동당이 좀더 개방화 내지는 통합화에 대한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너무 자기 정당 중심의 모습이 있다. 또 민주노총을 토대로 한 색깔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무조건 지원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기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지구당, 당명까지를 포함해서 새로운 재창당을 고려하고 있다면 검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

▷ 끝으로 하반기 노사관계를 전망한다면.

" 국가기간산업 3사노조 총파업 등 상반기는 월드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분규가 많았던 것 같다. 국가기간산업 파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노사불안은 주로 정부에서 원인제공을 한 측면이 많다.

하반기에는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서 개별사업장 차원의 노사관계는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시간단축 문제와 공무원노조 법제화,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 제정 반대투쟁, 체신노조의 인력확보투쟁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다소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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