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부의 주5일근무제 단독 입법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무금융연맹 홈페이지

이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대립이 노동계와 재계에서 정부와 재계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등 재계 단체 대표들은 최근 잇달아 정부의 주5일근무제 강행 방침을 성토하고 나섰다. 경제5단체는 앞으로 각종 조사 자료 발표, 국회 상대의 설명회 등을 통해 정부 추진방안의 부당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전경련은 우선 다음주에 현행 제도 아래서 주5일제를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주한 외국기업의 목소리를 수렴해 발표하며 경영자총협회도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재계가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있는 것은 중립적 입장에 서야 할 정부가 노동계 입장을 지나치게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동부가 오는 20일까지 마련할 예정인 주5일제 초안에는 노동계의 입장이 대폭 수용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같은 우려는 노동부가 지난달 22일 노사정위원회 마지막 협상에서 최종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전경련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재안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하락 방지와 이의 법제화, 연차휴가 일수 등 당시 핵심 쟁점에서 노동계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정부는 이 외에도 생리휴가, 유급 주휴일,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임금할증률,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대부분에서 노동계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협상 막바지에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 보고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노동부가 현재 마련중인 주5일제 초안에 이 같은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더라도 정부의 계획대로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가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번에 마련될 법안이 국회 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앞으로 노사합의에 의해 근로시간 단축 협상에서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차기 정부에서 주5일 근무제를 다시 추진할 때 이번 법안이 출발점이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주5일제 추진을 위한 정부의 최근 움직임도 재계를 자극하고 있다.

방용석 노동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LG와 현대, 대한항공 등 30여개 대기업 인사. 노무 담당임원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주5일 근무제 추진을 위한 기업측의 의견을 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의견 수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였다"고 전언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슷한 자리를 준비하는 등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주5일제가 은근히 확산되고있는 것도 재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 한국은행 등 정부 기관들이 잇달아 근로시간 단축을 선언하고 나선상태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제도를 가장 나중에 수용해야 할공조직이 경쟁적으로 먼저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총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 시행 여건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점차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정부가 앞장서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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