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지난 22일 밤 주5일근무제 협상이 최종 결렬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노사 모두 그 필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된 연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5일근무제 논의는 '왜' 시작된 것일까. 2000년 10월 노사정은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기본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문의 요지는 노동시간을 연간 2,000시간 이내로 줄이고 임금저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사정은 지난 2년 동안 그만 '초심'을 잊어버린 것일까.

얼마전 발표된 OECD 보고서는 2001년 현재 한국이 연간 2,447시간을 노동, 대부분 2,000시간 이내인 다른 국가보다 '너무 많이' 일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국가라는 오명도 씻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며 건강권을 확보한다는 게 주5일근무제 도입 논의의 애초 취지였던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가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주5일 근무제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동안 국민들의 건강이 모두 닳아져 버리고, 삶이 피폐해진다는 것을 지켜만 보겠다는 것일까. 1만5,000달러라는 전제조건이 최장시간 노동국이란 한국 현실에서 어떤 타당성을 갖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합의실패 이후 노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마지막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정부입법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통과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고, 국민의 건강과 삶이 더 나빠지기 전에 주5일근무제는 도입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여전하다.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지켜야 할 양대노총이 적극 국민과 국회 설득에 나서야할 이유다.
주5일근무제, 마지막 티켓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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