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일이 힘들 것이다.
그러나 타인이 보더라도 여름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인정할만한 사람들이 있다.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거리에서 매연으로 호흡하는 환경미화원,
끝없이 이어지는 자갈밭 철로 위의 철도보선원 등이 그들이다.
여름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이들의 삶의 현장을 찾았다.



땡볕 더위에 어지럼증…쓰레기 악취에 질병까지

"새벽엔 유난히 쓰레기가 많아요.
밤 동안엔 주변 시선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거죠.
비가 오면 젖은 휴지 떼기도 어렵고…. 냄새는 말도 못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23일 오전 7시 국철 의정부 역 근처 도로변.
노란 비옷을 입은 환경미화원 김원태씨(60)는 손수레를 밀며 분주히 쓰레기를 줍고 있다.
담배꽁초, 종이, 음료수 캔 등 도로는 물론, 나뭇가지나 도로변 자전거 바구니까지
구석구석 그의 긴 집게는 마치 자석처럼 쓰레기를 쫓았다
. 새벽 5시 3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1차 청소 시간.
비 때문에 선선한 기운이 감돌지만 그의 주름진 얼굴엔 이미 땀이 그득하다.

"예전엔 이 구역을 두 명이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의정부시 직영에서 공단으로 소속이
바뀌자 청소구역은 더 넓어진 반면에 일손은 오히려 하나로 줄었죠."

'여엉차' 가득 찬 쓰레기 봉투가 그의 노란 손수레에서 도로로 내려온다.
정년을 1년 앞둔 김씨가 혼자 들기엔 불안한 모습이다.

"그래도 오전엔 나은 편이지. 낮 시간에 청소할 땐, 한 3시쯤 되면 햇볕 때문에 어질어질해요.
마땅히 쉴 곳도 없고…."

11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김씨는 입이 바싹 마르는데도 500원짜리 음료수 하나를
구입하는데 한 두 번 망설인 게 아니라며 빙그레 웃는다.

"한 여름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은 정말 대단해요."
김씨와 같이 의정부 역의 또 다른 도로변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홍희덕(53)씨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버스,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목은 아프지…. 십 수년을 이렇게 일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에요." 10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그도 손목, 어깨, 기관지 등 이곳 저곳 아픈 데가 하나, 둘씩 늘었다고 한다.

환경미화원은 김씨와 홍씨처럼 가로환경 담당이 있고 일정한 구역을 돌며 분리 수거된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생활쓰레기 담당으로 나뉜다.

찜통 대기실 있으나마나 샤워는 꿈도 못 꿔


■ "민간위탁 막는 게 근본 해결책"


"무엇보다 악취가 가장 힘듭니다. 음식 쓰레기는 하루만 지나도 구더기 같은 벌레가 생기죠."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생활쓰레기 환경미화원들의 일과는 '악취'와의 전쟁이다.
때문에 파주에서 생활쓰레기를 담당했던 정재철씨는 다른 건 몰라도 샤워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악취 풀풀 풍기면서 집까지 간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죠. 나도 그 냄새가 역겨운데 주위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민망하기도 하지만 질병까지 걸리는 환경미화원들도 있으니 더 큰 문젭니다."

여름은 그 무더위만으로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사계절 모두 고충이 있지만 여름 날씨는 '늙은 노동자'에겐 치명적이다.
이들에겐 마땅히 쉴만한 공간도 없다. 나무 그늘이 그나마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쉴 곳이다.

"나무 아래서 웃통 벗고 쉬는 우리들 모습을 보면 저도 가끔 가슴이 아픕니다.
이빨만 하얗고 얼굴이고 뭐고 온통 햇빛 때문에 까만 모습이…."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 좀 더 나은 근로환경은 불가능한 것일까.

"무엇보다 고용관계가 변해야 합니다. IMF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자치단체 소속이던 것이
지금은 공단, 용역업체 등 다양한 계약형태로 바뀐 뒤 임금, 근로조건 등이 천차만별입니다."
경기도노조 김인수 법률국장은 자치단체 소속 환경미화원도 별반 차이는 없지만 공단,
용역업체로 갈수록 신분 불안과 함께 임금, 근로조건, 복지 부분은 엉망이라고 말했다.

"대기실이요? 아무리 요구해도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불만 있으면 그만두라는 식이거든요. 복지도 문제지만 임금, 고용안정 등 급히 해결해야 할 게 많아 노조로서도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김 국장은 우선적으로 '이윤'에만 목메고 있는 민간위탁 확대를 막아야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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