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에 광복절 행사 준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올해 행사를 남북화해 분위기를 고취하는 대대적인 축제로 치르라는 지침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 자치단체들은 촉박한 일정과 아이디어.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 일반 주민행사에 '남북 정상회담 기념' '통일기원' 등 간판만 붙이는 등 졸속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정부 행사로 충분한 것을 기초자치단체까지 확대한 것은 과시를 위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 졸속 기획=행정자치부는 지난달 31일 광역자치단체 자치행정국장 회의를 열고 "남북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여는 역사적 의미가 부각되도록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라" 고 지시했다. 이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올 8.15를 즈음해 6.15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행사를 남과 북, 해외에서 열기로 한 합의를 뒷받침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경일 기념행사를 하지 않던 시. 군. 구청 등 기초단체들까지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으나 전례가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광주의 한 구청 관계자는 "구 단위에서 이벤트 아이디어를 짜내기도 어렵지만 설사 만든다 해도 예산 준비가 안돼 실현가능성이 작다" 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산 중구청은 머리를 짜내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 전시성 행사=사정이 이러니 지자체들은 매년 실시하던 행사나 광복절과 관련없는 행사에 '민족' 과 '통일' 이라는 간판을 갖다 붙이고 있다.

대구시는 6일부터 9일까지 팔공산 자연공원에서 여는 '여름 시민축제'이름을 '남북정상회담 경축 시민축제' 로 바꿨다.

서울 강동구는 매년 8월 15일 해오던 구민걷기대회의 명칭 앞에 '통일기원' 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으며, 울릉군은 해변가요제(13~15일)를 광복절경축행사로 포장했으며, 시민단체의 행사를 빌려오는 경우도 있다.

전주시는 전북민주시민단체협의회가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는 단축마라톤과 자전거타기대회에 후원금을 지급하며 시 행사에 포함시켰다.

◇ 반응=새로운 남북분위기에 맞춰 8.15행사를 뜻있게 여는 것은 좋지만 전시나 허세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높다.

경북대 윤용희(비교정치)교수는 "광복절의 의미를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면서도 "행사를 시. 군으로까지 확대하고 강요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행태를 닮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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