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E초등학교 5학년생인 김모 군은 방학의 밤을 울며 지샌다. 많은 친구가 가족과 여름휴가를 떠나 외롭기도 했지만 더욱 서러운 것은 식사를 걸러 배고픈 밤을 보내야 할 때다.

김군은 방학초 학교에서 급식지원비로 받은 돈이 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며 이미 다 써버렸다. 최근에는 시민단체 배급소에서 끼니를 때웠지만 식사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날은 그나마도 굶어야한다.

이렇게 배고픔과 싸우며 눈물의 방학을 보내는 초·중·고교생은 전국적으로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결식학생에 대한 지원체계의 허점과 학생들의 생활 실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돈이나 식권만 주면 끼니가 해결된다는 식의 탁상행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98년 개정된 학교급식법은 학교가 점심을 제공하지 못하는 방학중에도 결손가정의 결식아동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하도록 했지만 이원화된 지원체계로 사각시대가 생기게 된 것. 교육부는 16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점심을, 보건복지부(동사무소)는 2만2400여명을 대상으로 아침·저녁식사를 각각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대상자 수의 차이가 보여주듯 교사의 학생상담으로 선정한 교육부의 지원대상과 미취학 아동들까지 포함해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선정한복지부의 지원대상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점심은 지원받지만 아침·저녁식사를 지원 받지 못하는 학생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나타났다. 관련 시민단체들의 집계에 따르면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결식아동 수만, 전국적으로 4200여명에 달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의 이모(12)양도 이같은 사례중 하나. 현재 1년째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가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해 교육부 및 복지부 등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빠진 것. 최근 이양은 동생과 함께 시민단체 급식소인 ‘다솜 신나는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정모(7)군도 1년 전 부모가 이혼하면서 끼니를 거르게 됐지만 학교에 다니지 못해 정부 지원대상에서 빠졌다가 최근에서야 이 급식소를 찾게 됐다.

교육청·구청·학교 등 지원방식이 다른데 특히 현금 지급(끼니당 2000원정도)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기 오산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최근 초등학교 5학년생이 시장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가 붙잡혔는데 학교에서 준 돈을 다 써버려 훔쳤다”고 전했다.

관련 단체들은 결식아동 지원이 단순히 돈이나 식사를 제공하는 식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결손가정이나 실직가정의 아이들이 겪게 되는 결식문제는 밥을 굶는 문제를 넘어서 흔히 정신장애나 학습부진 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 결식아동 7만여명을 지원해온 부스러기 선교회의 한 관계자는 “보다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정부와 시민단체를 묶는 복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효율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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