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를 유지하면서 외국인력의 합법적인 국내취업 문호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대책'을 수립,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는 그동안 정부에서 논의돼온 '고용허가제'가 또 빠져있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

■ 산업연수생 제도 유지 및 서비스업 취업허용

16일 국무조정실은 "불법체류자 실태파악을 위해 지난 3월25일부터 5월29일까지 자진신고를 받아본 결과 신고자는 모두 25만6,000명에 이르고 지난 99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 이상 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 3D업종 등에 외국인의 합법적 고용은 허용하되, 불법취업은 엄격히 금지하겠다는 취지의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분야별 산업연수생 제도 개선 = 중소제조업, 건설업, 연근해어업, 농축산업의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연수생 정원을 조정하고 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

중소제조업은 총정원 13만명 내외, 건설업은 현 2,500명을 7,500명으로 확대, 연근해어업은 현 정원 3,000명 범위 내 운영, 농축산업 중 시설원예, 양돈·양계 분야에 산업연수생 도입을 허용하고 총 정원을 5,000명으로 한다는 것 등이다. 또한 연수생 도입·관리과정 중 비리예방을 위해 위탁관리제를 폐지하고 송출국가 및 고용주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 서비스분야의 취업관리제 도입 = 서비스 업종·직종에 한해 중국 등 외국국적 동포에게 취업을 허용하는 '취업관리제'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취업허용 분야는 음식점업, 사업지원서비스업, 사회복지사업, 청소관련 서비스업 등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유흥관련업은 전면금지하되, 구체적인 업종·직종은 '외국인 산업인력정책 심의위(위원장 국무조정실장)'에서 결정한다. 서비스분야에 대한 동포취업은 1년 범위 내에서 허용하되 1년 연장이 가능하나 최장 취업허용은 2년이다.

□ 불법체류자 예방 및 단속대책 =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불시단속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지역별로 기획단속을 실시하고 월2회 수시 단속을 원칙으로 불법체류자의 지역간 대피·이동을 막기 위해 단속지역 재단속을 수시 실시키로 했다. 불법체류자의 단속과 강제출국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력 증원과 보호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 고용허가제 입법화 또 물 건너가

그러나 이번 '외국인력제도 개선대책'은 그동안 중심적으로 논의돼온 '고용허가제'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산업연수생 제도를 유지·확대하는 측면이 강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사업주가 외국인 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외국인력 신분이 노동자로 인정받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주요하게 논의돼오면서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높았다. 또한 노동계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력의 노동자 인정 및 5년 체류 허용, 직종별 사업장 이동 자유보장 등을 골자로 한 '노동허가제' 입법안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대책은 고용허가제는 또 빠지고 기존의 외국인력 공급·수급 시스템을 변경시키지 않은 채 취업허용 업종만 확대하고, 단속강화를 통해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겠다는 것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없어 오히려 문제만 더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고용허가제는 과거 몇 차례에 걸쳐 입법화가 시도됐으나 중소기업 등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외국인노동자협의회의 김해성 상임대표는 "정부는 고용(노동)허가제 입법화를 애써 무시하려 한다"며 "그동안 비난을 받아왔던 산업연수생 제도의 이권과 내용을 유지·확대하고 불법체류자들을 강제 출국시키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노협은 16일 긴급비상대책위를 소집하고 향후 투쟁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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