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초등학교 1학년짜리 둘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요. 아이 친구 엄마들 만나서 교육정보도 나누고 준비물도 천천히챙겨주고…. 이제야 엄마노릇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2000년 10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어린이학습 전문회사 한솔교육의 초등기획2팀장 조영미씨(36·사진)는 완벽한 ‘이중생활’ 을 하고 있다. 금요일까지는 철저한 프로 직장인으로,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는 자상한엄마이자 다정한 아내로.

주5일 근무제 실시 이전까지 조씨에게는 가정생활이 거의 없었다. 오전에 성당을 다녀온 뒤 허겁지겁 시장을 보고 나서 밀린 청소와 빨래를 해치우고 밑반찬 몇 가지 만들고 나면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던 일요일이 이젠 아이들과 깊은 대화도 나누고 서울근교로 나들이도 떠나는 여유있는 휴일이됐다. 토요일 오전 남편과의 뒷산 산책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같은직장에 다니다보니 회사일이 주된 주제였는데 이젠 아이문제나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대화주제가 바뀌었다. 한주 동안 밀린 일들은 남편과 이틀에 나누어서 천천히 한다.

조씨는 “처음에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연하고 돈도 많이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말 보내기 요령’ 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헬스를 하거나 재즈댄스 등을 배우겠다는 계획은 아이들이 큰 뒤로 미뤘다. 월요일 출근길은 푹 쉬었다는 느낌에 발걸음이 가볍단다. 이젠 가족관·직업관도 바뀐 듯하다. “주6일제요? 지금은 월급 더 준다고 해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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