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단축 입법화가 지연되고 있고 재계가 '은행권의 주5일제'에 반발하고 있지만,
단위사업장에선 노사협상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주5일제'가 도입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노동조건에 대한 수정을 가하지 않고, 임금을 보전하면서 월차나 연차를 이용한
단순한 주5일제 도입이 많아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노사정위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현재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산하 5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5일 노동제 도입현황' 을 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행법에서 기존의 휴일휴가
축소없이 '주40시간, 주5일제'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장은 주한미군노조, 이천열병합발전,
동성금속 등 6곳(11.3%)이었다.

또한 월차 12일(토요일 6일분)을 폐지하고 주5일제를 도입한 곳은 삼진제약, 일동제약 등 11곳(20.8%)이었으며, 이번달부터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LG오티스는 월차 6일만 삭제해 주5일제를 도입했다. 남은 월차 6일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주5일제 도입으로 가장 관심을 모은 금융산업노조 산하 26개 사업장 등 27곳(50.9%)은 월차와 연차를 이용해 주5일제를 도입한 경우다. 은행은 연월차와 체력단련휴가(여름휴가) 등 기존 토요일 총근무시간과 동일한 26일의 기존휴가와 토요휴무를 교환했다. 여기서 월차는 임금보전을 하지 않고, 연차(8일분)는 전액보전, 체력단련휴가는 일부보전하기로 했다. 99년에 주5일제를 도입한 명문제약도 월차 12일과 연차 일부를 폐지했다.

특히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주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은 사업장도 9곳(17%)이나 돼 노동시간 단축에 앞서 주5일제를 추구하는 경향을 반영하기도 했다. 한독약품은 5일간 근무시간을 30분 늘려 주5일·주42.5시간제를 도입했으며, 신한일전기는 5일중 특정일에 2시간 더 근무해 '주5일·주42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태양유전, 한국동광, 동경전자, 동경실리콘, 한국소니, 셀택 등도 지난해부터 주42∼43시간 근무로 주5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기획조정실 이정식 본부장은 "주5일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은 입법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노동계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입법화는 미조직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재 노사교섭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5일제가 할증률 인하 등을 포함해 노사정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보다 노동계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노사정위에서 현재수준으로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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