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단축 법제화' 먹구름
    오는 20일이 합의 마지노선…최고위급 결심만 남아

그동안 노사정위에서는 오랫동안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노조 도입, 비정규직 보호방안 등
3대 제도개선과제를 논의해왔으나,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논의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남은 하반기 동안 3대 제도 개선 과제 관련 전망을 10∼12일 3일간 살펴본다.


자료사진 = 임금하락없는 주40시간제 쟁취!
은행권 주5일근무제의 첫 토요휴무일인 지난 6일,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큰 혼란없이 지나가자 이제는 노동시간단축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오게 됐다.

여기에 증권 등 제2금융권도 본격적으로 주5일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엘지오티스엘리베이터노사도 이번 임단협에서 주5일제를 도입했다. 은행권에서 시작된 주5일제도입이 점차 제2금융권, 제조업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경영계는 이에 대해 휴가일수 조정 등 법개정 없이 주5일제가 개별 노사간 임단협을 통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또한 한때 주5일제를 실시하지 않는 우체국이나 외국은행으로 거래은행을 바꾸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언까지 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의 이같은 반발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주5일제 도입을 막기 위한 막바지 몸부림"으로 규정하고 집회 등을 열어 규탄하며, 조속한 노동시간단축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이같이 월드컵 이후 주5일제 도입 문제는 다시 노동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 논의는 시작됐으나 타결전망은 어두워…임금보전이 핵심 쟁점
지난 5일 시내 한 호텔에서는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 경총 김창성 회장, 노동부 방용석 장관, 노사정위 장영철 위원장 등 노사정 최고위급이 한달여 만에 모여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한 논의를 벌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경총의 요구로 연기됐다가 한 달만에 재개된 이날 모임은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차이만을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마치고 말았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이제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서 실무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한국노총과 경영계 입장에 대해 서로 알만큼 알기에 '조율'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자료사진 = 임금하락없는 주40시간제 쟁취!
따라서 이제부터는 각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 경총 김창성 회장 등 최고위급의 '결심'만 남았다는 것. 그만큼 주5일제 협상은 타결과 결렬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은 "지난 5월 한국노총 산별대표자회의 이후 한국노총 위원장이 결심을 하고 최종안을 경영계와 정부에 내놓았으나 경영계의 반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 최종안은 임금보전을 전제로 △ 연월차 휴가 15∼25일(2년마다 1일 증가) △ 생리휴가 무급(임금보전) △ 탄력적 근로시간제 3개월 이내로 확대 △ 할증률 최초 4시간 분 25% 적용(2년간 한정) △ 초과근로 상한선 현행 유지 등이다.

경영계는 이에 대해 줄어든 연월차 휴가와 무급화된 생리휴가에 대한 임금보전 요구는 사실상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임금보전에 대한 노사간에 한 쪽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합의타결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노사 공통의 전망이다.

정부도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노동부 단독입법의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 주5일제 도입에 대해서 수년간 노력한 만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다음 정권에 넘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현재 국회 원 구성을 볼 때 설사 정부 단독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 할지라도 법안 통과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 20일이 마지노선…한국노총 '정부의 역할이 필요'
이남순 위원장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같은 중요한 사항을 합의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서 합의를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함에도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다"고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경영계는 어차피 노동시간 단축에 호의적이지 않는 이상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방안 마련 등을 통해 경영계가 노동시간단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써야 하는데도 노사간 합의만을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


자료사진 = 임금하락없는 주40시간제 쟁취!
한편 노사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안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시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9월에 열리는 정기국회가 국점감사에 집중하면서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닌 이상 처리가 어렵고 올해는 12월에 대선이 이어져서 정치 일정상 8월에 열리는 임시국회가 법안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결국 늦어도 7월 20일 경에는 합의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사정은 지난 5일 회담이 소득없이 끝난 후 오는 12일에 다시 한번 노사정 최고위급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다음주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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