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이용득)는 시중 은행과 협상 끝에 주5일제 합의를 이끌어 내고 오는 7월 1일부터 우리나라 산업 최초로 주5일제를 실시하게 됐다.

금융노조의 이같은 주5일제 도입은 지난 1999년 금융노련에서 금융산업노조로 산별전환한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금융노조도 같은날 발간된 임단투 속보 9호에서 "2000년 7월과 12월 두 번에 걸친 총파업 투쟁을 통해 정부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고 이번 2002년 임단협에서 '주5일노동'이라는 제도변화를 이뤄낸 것은 산별노조가 갖는 엄청난 파괴력을 어김없이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별노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나라 노조운동의 현실에서 금융노조의 주5일제 교섭과 합의는 산별노조의 존재 의의와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 금융 비정규직 IMF 이전보다 2배 늘어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금융노조가 산별노조로서 명실상부한 역할을 하기 위한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바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조직화가 그것이다.

금융부문에서 비정규직은 창구에서 정규직과 함께 고객을 맞는 계약직, 촉탁직을 비롯해 용역, 청원경찰 및 운전기사 등 다양한 직종을 갖고 일하고 있다.

금융노조가 2002년 3월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조합원은 9만6,929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은 2만8,175명으로 비정규직은 전체 금융노동자의 2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6년의 정규직 10만3,913명, 비정규직 1만3,514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11.5%에 그친 것을 감안할 때 97년 외환위기 후에 은행권에 정규직이 대량 해직되고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유입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내년 초까지 비정규직 조직화 마무리 한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 김동만 조직국장은 "주5일제 도입을 통해 조합원들이 산별의 힘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비정규직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가 산별 2기의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지난 26일 열린 금융노조 노동대학 졸업식에 앞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도 비정규직 조직화는 주요한 의제로 다뤄졌으며 많은 수의 졸업생들이 이를 주제로 논문을 제출해 금융노조가 갖고 있는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금융노조는 이에 따라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올해 하반기 주요한 정책과제로 삼고 내년 초까지 비정규직 조직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동만 조직국장은 "일단 올해 말까지 공청회 등을 통해 비정규직 가입 방법, 조직체계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올 12월까지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낼 것"고 밝혔다. 결국 금융노조는 내년 상반기에 어떤 식으로든 금융노조에 비정규직 조합원을 받아들이겠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 비정규직의 노조활동 인한 고용불안 없어야
금융노조는 규약상 현재 비정규직이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금융노조 규약 제2장 조직, 제 7조 (조직대상)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임시직, 파트타이머)는 가입할 수 있으며 지부가 결성되지 않은 비정규직 조합원의 경우 소정의 가입신청서를 산별노조에 직접 제출하면 바로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개인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산별노조에 가입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동만 조직국장은 "비정규직이 쉽게 노조활동을 하기 힘든 것은 1년단위로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신분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이다"며 "노조 가입을 이유로 은행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본조와 각 지부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비정규직 조합원의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것을 1차적 과제로 삼고 있다.

실제로 각 은행에서 계약직을 채용할 때 작성하는 '계약서'와 각 은행의 '계약서 관리지침'에 따르면 '(노조를 포함한) 단체에 가입하지 않을 것과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인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비정규직 노조활동은 어떻게 하나?
현재 비정규직이 금융노조에 집단적으로 가입할 경우 이들을 어떤 식으로 조직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아직 논의가 불충분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2000년 주택·국민은행지부 파업 직후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박승흡)가 내놓은 조직화 방안은 중요한 참고사항이 되고 있다.

이 방안은 크게 세가지의 비정규직 노조활동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비정규직이 독자적인 분회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비정규직의 독자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완전히 분리시켜 조직통합을 해칠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로 비정규직이 정규직 분회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를 강화할 수는 있으나 비정규직이 소수인 현실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단점을 보이고 있다.

세째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통합하되 대의원, 중앙위원 등 대의기구 간부를 선출할 때 할당제 등을 실시해서 비정규직이 대표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한국노총 조직쟁의지원본부(본부장 김철홍)도 현재 금융부문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국노총에 직가입하는 형태인 비정규직노조를 추진하고 인터넷을 통해 비정규직 조합원을 네트워크화하고 교육, 조직, 홍보 등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을 극복해야
지난 9월 금융권에서 최초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결성된 농협민주노조는 상급단체가 금융노조가 아닌 공공서비스연맹이다. 농협민주노조를 바라보는 농협중앙회노조의 시각이 그리 곱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민주노조 배삼영 부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금융노조가 농협민주노조를 포괄해 줄 수 있다면 상급단체를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혀 금융노조 가입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노조와 농협민주노조의 경우를 보듯이 아직까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간극이 좁혀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박영삼 정책기획국장은 "그 동안의 노조활동을 통해 정규직내의 성별, 직종 별 차이를 극복해왔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도 서로간의 이해와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함께 노조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노조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대원칙을 갖고 비정규직의 조직화 뿐만 아니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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