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1년 동안 적용될 최저임금이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노사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조정하고는 있지만 노동계 가 18.1%,
       재계 가 4.3%의 수정안을 내놓는 등 아직도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익위원 의 경우 개인안의 형태를 7.3%~10.8%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중심으로 다시한번 노사간 의견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왜 이같이 격차가 큰 인상안을 제출하는지 각각의 입장을 들어봤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악화시킨다"


- 김정태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토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올해로 15년째를 맞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2000년과 2001년의 임금상승률이 각각 8.0%, 5.1%인데 비해, 최저임금은 2배 이상인 16.6%, 12.6%의 고율인상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2,100원(월환산액 47만4,6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현재 2002.9~2003.8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을 2002년 정액급여의 45%, 월 평균임금의 35%인 시급 기준 2,723원(월환산액 61만2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 최저임금에서 무려 28.6% 인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계의 요구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정액급여의 37.3% 수준이다. 이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미국(34.9%), 일본(34.9%), 스페인(28.8%) 등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며 복지수준이 높은 일부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과는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의 주장은 그 논리적 근거가 없으며, 작금의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 기준임금은 통상임금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지극히 최소부분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의 국가별 비교에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과소추정될 수밖에 없다

현행 최저임금액에 고정상여금을 감안하여 계산하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받는 임금총액은 적어도 70~80만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연공급 체계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의 임금구조 특성상, 최저임금의 인상은 여타 근로자를 포함 전반적인 임금의 상승을 초래하며,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적용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1/4분기에 5.7%(한국은행 잠정치)의 GDP 성장률을 시현하는 등 경제위기를 벗어나 다시 본 궤도에 오르는 듯 보이나, 최근 원화가치의 상승과 미국 경제의 불안은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에 암운을 던져 주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1,3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1,210원대로 급격히 하락해 지난 18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원화가치의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기업의 제조원가는 높아지는 반면 원화로 표시되는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어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제조업체의 노동비용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최근 들어 인건비 상승은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 기업의 44.1%가 이미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했으며, 33.8%는 현재 이전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3~5년 내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경영계는 이러한 대내외 경제여건과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자의 임금 및 생산성수준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의 적정 인상률을 3.3%로 제시하였다.

경영계의 적정 최저임금 인상률은 근로자가 부가가치 증가에 기여한 공헌도에 따라 임금을 조정하는 국민경제생산성 기준원칙에 의해 산출되었다. 구체적인 적용기준 산식은 '실질 GDP 성장률(4.9%) +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1.4%) 취업자증가율(3.0%)'이다. 생산성 임금제에 의한 임금조정은 노사간 공정한 배분방식일 뿐만 아니라 인플레 중립적이다.

최저임금제 실시 이후 지난 15년 동안 노사가 법정기일을 지켜 인상률을 결정했던 전례가 없으며, 특히 협상과정에서 첨예한 대립과 많은 갈등을 겪었던 사실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월드컵에서 국민대화합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최저임금 협상에서 사상 처음으로 법정기일 내에 노사합의를 도출해 냄으로써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값진 선물을 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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