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공공부문과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앞다퉈 '주5일 근무'를 노사협상의 주요의제로 걸어놓고 있다.

문제는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대변되는 주5일 근무제 입법화를 놓고 정부와 경총, 노동계 3자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5일 근무제는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다. 다른 경제분야에서는 앞다퉈 각종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한 우리나라가 왜 유독 주5일 근무에서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 주5일 근무제 논의 과정 = 노사정위원회는 2000년 5월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해 10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노ㆍ사ㆍ정간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세부 쟁점을 합의하기 위해 실무협상, 고위급협상 등을 수십여 차례 열었지만 매번 노사 양측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노동부가 더 이상 합의가 안되면 정부 단독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노사정위가 협상을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입법시기도 놓치고 노ㆍ사ㆍ정 합의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노사정위는 최근 몇 차례 '최종 협상'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타결을 시도했지만 마지막 담판에서도 견해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 경총과 노총 결단 내릴 때다 = 이처럼 노ㆍ사ㆍ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업종에 따라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노사 양측을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경총이 조직 내부의 일부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초과 근로수당 등이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연월차를 줄이는 방법 등으로 손쉽게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반면 사실상 격주 휴무제(주당 42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는 제조업종은 수치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2시간만 줄이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는데 노사정위에서 논의되는 대로 생리휴가, 연월차휴가, 초과 근로수당 등을 줄이면서까지 굳이 합의하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이강하다.

이 같은 제조업종의 반대에 밀려 한국노총 집행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보기'를 거듭하고 있고, 경총도 전경련 등의 반발에 밀려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글로벌 스탠더드 따라야 =은행 등 금융권이 7월부터 주 5일 근무에 들어가면 어차피 산업현장에서 노사간 자율적인 단체협상을 통해 주5일 근무제가 급속히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휴일ㆍ휴가제도를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만 줄어드는 기형적인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토요일 쉬지 않는 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도 염려된다.

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제 도입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에서 우리만 주5일 근무를 안한다느니, 중국도 하는데 우리는 못하고 있다느니 하는 등 감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들이 실제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후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서도 국가간 경쟁이 가속할 미래사회에서 주5일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당장 눈앞의 손해가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경쟁력 저하가 온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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