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지분을 의결권 포기각서와 함께 채권단에 맡기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요구를 비켜가려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알짜자산 매각, 문제 경영진 퇴진 등 3개항의 이행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3일 현대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지분9.1% 가운데 6.1%를 의결권 포기각서와 함께 채권단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계열분리를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이것만으로 채권단이나 정부와 타협하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가 이번 기회에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만큼 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실효성 있는 현대건설의 자구계획과 조속한 계열분리 △문제경영진 퇴진 △당초 약속한 3부자 퇴진 등 지배구조개혁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현대는 부동산이 아닌 돈되는 유가증권이나 계열사 등 알짜자산을 과감히 팔아 건설 등의 자금난을 확실하게 해소하고 자동차와 중공업, 금융계열사 등의 계열분리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경영인으로 구체적인 인사를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정부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 등 이현대의 신인도 추락과 건설부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등에 직접 책임이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퇴진해야 하며 그밖에 경영에 문제가 있는 계열사 사장들을 능력있고 참신한 전문경영인으로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대 스스로 정주영씨를 비롯한 3부자가 동반 퇴진하겠다고 한 약속도 이행돼야 하며 정 전 명예회장이나 몽헌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계열분리를 확실히하는 쪽으로 정리, 지배구조혁신을 가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가 이같은 자구계획을 실천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다시 체결함은 물론 추가 자금지원을 하지 않는 등 금융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위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가 채권단의 요구사항 중 일부를 이행하는 것만으로 이번사태를 어물어물 넘기려 한다면 가혹한 시장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채권단도 현대의 체질을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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