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회장은 삼성이나 현대처럼 유동성위기를 맞아 정치적으로 발빠른 대응을 모색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락했다"

"정치적 타결을 못한 것도 최고경영자의 책임이지만 김 전회장은 부실경영인이 아니라 특유의 소신을 지켜나간 "사상범"으로 평가돼야 한다"

대우차 해외매각으로 대우그룹의 분해작업이 가속화되고있고 김 전회장을 비롯한 대우 전현직 고위 경영진들이 분식결산 및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될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의 한 임원이 그룹 몰락을 정치적인 탓으로 돌리면서 김 전회장을 옹호하고 현 정부의 재벌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책을 펴내 화제다.

주인공은 이달말 퇴직 예정인 백기승(43) 대우구조조정본부 홍보이사로 지난82년 대우그룹에 입사,38세에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한 뒤 대우그룹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그는 조만간 출간 예정인 "신화는 만들 수 있어도 역사는 바꿀 수 없다"라는 책을 통해 정부의 "몰산업적 재벌개혁"이 대우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개혁의 핵심 화두인 가족경영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던 대우가 어째서 재벌개혁의 첫번째 희생양이 됐는가"란 의문을 제기하며 그 해답을 김회장의 성장주의적 가치관과 정부의 분배주의 정책의 갈등에서 찾고 있다.

김 전회장은 특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데다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을 대외에 과시해야 하는 시기에 김 전회장이 재계를 대변하는 전경련 회장직에 있었기 때문에 손쉬운 타깃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대우 해체를 위해 의도적으로 취했던 조치와 재벌개혁을 주도한K, L,J씨와 김 회장간의 갈등 당시 정황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있다.

백씨는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정치적 성과를 조기 가시화 하려는 욕심으로 상징적 조치에만 집착한 결과 "기업의 체질 및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우리 경제에 회복하기 어려운 혼돈과 정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정부의 "비시장적, 몰산업적 재벌그룹의 소세력화(세력약화)" 정책이 지속될 경우 대기업의 연쇄 부도사태, 수출기반의 침하, 경영과 근로의지의 실종, 경제주체간의 생존적 이기주의 다툼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줄을 잇고있는 제조업체 해외매각에 대해서도 환란 이후 한국경제의 체질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는 음모에 휘말린 결과라고 주장했다.

백씨는 "밖으로의 세계화를 전제하지 않은 안으로의 세계화는 그저 시장을 통째로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대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