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40대 중국인 노동자가 온갖 궂은 일 끝에병들어 숨졌지만 밀린 병원비 등 때문에 석달이 넘도록 주검마저 고국으로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싱쥔(47)은 지난 2월 경북 경산시의 한 병원에서 만성피로증후군, 급성장폐쇄증, 폐렴, 급성호흡기병 등 복합증상으로 숨졌다. 그러나 병원 치료비와영안실 사용비 800만원을 내 줄 사람이 없어 그의 주검은 90여일째 영안실에 누워있다.

싱쥔은 지난해 12월 과로로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그만둔 지 두 달 만에숨졌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는 지난 95년 5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 왔다. 처음 일하던 공장이부도나 경산의 폐섬유 재생공장으로 옮긴 뒤 지난해 12월까지 폐섬유를세탁·고온분해·용해·재생하는 일을 해왔다.

특근이 없는 일요일만 쉬면서 오전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100여만원 받는 월급은 방값10만원과 생활비만 남기고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 딸을 키우고 있는 중국의아내에게 보냈다. 그가 선양에서 하던 철물점을 접고 한국으로 떠나올 때 돌을갓지난 아들이 8살이 되는 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싱쥔의 친구인 중국동포 김해룡(42)씨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빚지고돌아가는 동료들에게는 차비를 쥐어주던 친구였다. 병원에 있을 때 `이대로돌아가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테니까 한국의 좋은 의술로 치료해서 설 전에는 꼭가족들을 볼 것'이라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달 전 소식을 듣고달려왔다는 동생 싱정(38)은 “한국의 법대로 형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며 형의 영정을 안고 대구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 앞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다. 선양의 80살된 싱쥔의 어머니는 설 전에 온다던 큰아들을 아직도 기다리고있다.

지난 3년간 한국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는 130명에 이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