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모든 역량을 '현장복원'에 투여할 것입니다"


    4.2노정합의 이후 한달, 그간 민주노총 내홍으로
    40일만에 복귀한 발전노조 상황에 대해 관심이 '뜸'했던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내부수습과 함께 '5월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발전노조 상황을 2회에 걸쳐 점검한다.
    (1) [인터뷰] 발전노조 이호동 위원장
    (2) 복귀이후 한달, 지금 발전현장은?(바로가기)


올 상반기 노동계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던 단어는 '발전노조'다.
무려 38일간파업을 벌였으며 다양한 투쟁방식과 단결력으로 주위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호동 발전노조 위원장


그 큰 싸움의 마무리 또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4.2 노정합의 이후 민주노총, 공공연맹 지도부가 사퇴까지 하는 혼란상황이 이어졌다.

발전노조 또한 현장 탄압으로 조합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70일째 명동성당에 머물면서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발전노조 이호동 위원장.

명동 지도부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사퇴를 요구했던 20여명의 지부장들이 방문하기로 한 지난 4일, 이호동 위원장을 만났다.



"노조 무력화 의도가 분명한 이상, 지금 '2선' 지도부는…"

" 단순히 '2선'의 문제라면 벌써 (2선을) 꾸렸을 겁니다.
하지만 명백히 정부와 회사가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명동지도부 사퇴로 몰고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거죠. "

처음엔 산별 탈퇴, 민주노총 탈퇴로 방향을 잡은 정부와 회사가 그것이 어렵게 되자, 명동지도부 '고사'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 이미 산업자원부 문건, 울산 태광, 효성을 무력화시켰던 변호사 가동, 교섭 불가 등 현장 탄압을 가속화하고 있는 회사의 모습이 확실한 증거란다.

그러나 내부 20명이 넘는 지부장들의 '명동지도부 사퇴' 목소리는 왠지 불안해 보인다.

"내부의 갈라짐은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물론 현장 탄압이 심화되는데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발빠른 대응도 없이 조합원들이 답답할 겁니다. 그런 속에서 나온 지부장들의 고민은 수용하겠지만 조직의 분열과 노조 파괴에 일정 정도 가담하고 있는 간부들은 분명 구분이 돼야 합니다." 현장복원을 위해 노조가 하나로 뭉쳐도 힘든 상황인데 내부가 분열되다 보니 정부, 회사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지부장들의 행동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 어떤 여건이 마련돼야 명동 지도부가 철수할 수 있는 건지.
"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닙니다.
파업 돌입 전부터 2선, 3선, 4선까지 그림을 그렸죠. 우선 현장탄압을 막기 위한 실마리가 정착돼야 합니다. 교섭 구조가 안정화되고 내용들이 나와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려는 정부, 회사의 의도가 멈춰야 합니다. "

▷ 그러한 여건 마련을 위해 명동 지도부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노조의 '허리'인 지부장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더욱더 어렵습니다. 해고자 활동을 활성화시켜 무너진 조직체계를 복원하는 방법을 구상 중입니다. 지부장들이 계속 다른 길을 고집한다면 조합원들과 직접 라인을 구축할 겁니다. 또 민주노총, 공공연맹, 범대위 등 외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생각이구요. "

인터뷰를 마친 이틀 뒤인 6일 발전노조는 10일자로 중앙위원회를 소집했다. '지부장 이상 선출직 간부 신임투표에 관한 것'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20여명의 지부장들이 다녀 간 후 또 한차례 명동 지도부 행보를 두고 진지한 토론이 있었던 것이다.

"할 말 많지만 뒤로 미루고 싶다"

노정합의와 총파업 유보가 결정된 4월2일. 노정합의서를 놓고 당사자 중에 한 축인 발전노조 명동지도부는 5시간이 훨씬 넘도록 합의서 수용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할 말은 많지만 뒤로 미루고 싶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 지도부들이 사퇴한 속에서 그때도 지금도 되도록 말을 아끼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입니다."

오히려 이호동 위원장은 총연맹이 한달 동안이나 지도부 공백 등으로 혼선을 거듭 하고 있는 모습이 더욱 아쉽다고 전한다. 파업 때뿐 아니라 지금 총연맹의 엄호,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발전노조 투쟁을 한번도 단위노조 투쟁으로 생각한 적 없습니다. 시작, 과정 모두 개별 사업장 투쟁이 아니었구요." 38일 파업투쟁 당시 이야기로 돌아간 만큼, 계속 이어갔다.

38일 파업 중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꼽으라면 무엇입니까.

"그때는 아닌 것처럼 했는데 솔직히 철도, 가스노조가 파업 대오를 떠날 때 가장 아쉬웠습니다. 공동투쟁, 공동타결을 목표로 했는데 결국 선언으로 끝난 거죠. 한수원노조 파업 찬반투표 중단도 (노조 상황이) 어려웠겠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또 4월2일…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는 쓰지만…"

▷ 최고 지도부로써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 매순간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2월24일 파업 돌입을 확실히 결정할 때 가장 외롭고 고독한 순간이었습니다. 전력생산의 60%를 차지하는 발전노동자들이 파업한다는 것,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신입사원도 아닌 입사 10여 년이 넘은 노동자입니다. 솔직히 마지막까지 투표용지 1만5,000장을 근처에 두고 있었죠. 교섭이 잘 풀리면 직권조인 없이 조합원들에게 바로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

미리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지만 '발전소 매각 저지'가 힘들었던 상황이라며 지도부가 '돌'을 맞더라도 '힘'이 있었을 때 퇴각에 대해 '결단'을 내렸어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 매번 결단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산자부, 노동부 등 노정 교섭이 성립되고 사장단이 나왔지만 교섭 내용은 계속 안 좋았습니다. 찬반투표에 부칠 안이 나왔다면 언제든지 '결단'을 내렸을 겁니다. 그때도 지금도 발전소 매각 철회에 대한 정당성을 확고히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투쟁 목표였기 때문에 정부측의 답변을 얻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죠. 정부 또한 퇴로를 막고 있었고… 퇴로를 막으면 뚫고 나가야지 '백기'를 들고 무장해제 할 수는 없는 겁니다. "

이호동 위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 조합원들이 끝까지 대오를 유지해 준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조합원 35%가 복귀했을 때를 '접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

"모든 걸 '현장복원'에 걸겠다"

" 노사간 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회사가 대화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향후 노사관계 파탄에 주요한 요인이 될 겁니다. 조합원들이 (현장탄압으로)위축돼 있어 잠잠해 보이지만 그런 식으론 노사관계 안정은 절대 오지 않습니다. "

이호동 위원장은 한국전력에서 분사된 이후 단체협약 체결에서 보여지듯이 회사가 일정정도 파업을 유도한 측면이 강하다며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위원장은 정부도 왜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 노사 교섭의 문은 꽉 닫아놓은 채 서약서 작성, 행동 기록표, 개별감사 등 현장 탄압, 노조 무력화를 계속 강행한다면 (노조는)어쩔 수 없이 또 다시 투쟁해야 합니다 ."

이호동 위원장은 남은 모든 역량을 '현장 복원'에 투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장에서 신음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아주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하는 요즘이 이호동 위원장에게는 더 없이 괴로운 시간이다.

" 현장복원에 발전노조 명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장복원을 위해 뭐든 할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조합원들이 감옥에 가라면 갈 것이고, 여기 남아서 질기게 투쟁하라고 하면 몸과 마음을 버리더라도 그렇게 할겁니다. "

그것이 발전노조 초대 위원장에게 남겨진 마지막 임무라고 말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