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전시행정을 계속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국내 굴지의 기업인 ㅎ사의 한 노무담당자는 최근 노동부가 월드컵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월드컵 노사평화선언’ 을 기업들이 채택하도록 지도하겠다고 한 발표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노동부는 지난 6일 방용석 장관 주재로 전국기관장회의를 열어 월드컵행사 전에 임단협을 마치고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채택하든, 먼저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채택하고 월드컵 이후에 교섭을 하든 일선 사업장에서 평화선언을 채택하도록 적극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기간에 노사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가홍보는 물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될것”이라며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 모두 “쓸데 없는 짓”이라는 반응이다. 모기업의 한 노사관계 담당자는 “월드컵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라는 것은 근로자들도 모두다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노사평화선언을 채택하라고 해서 이를 따라하고, 말라고 해서 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상연 한국노총 차장은 “이는 월드컵이라는 대형 행사를 빌미로 노동자의 쟁의권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며 “정부가 평화선언에 집착하기보다 임단협이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그동안 정책을 펴오면서 노동계와 경영계를 계도해 이끌고 나갈 ‘객체’ 가 아니라 노동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할 ‘파트너’로 인식하겠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그러나 노동운동가 출신인 방장관이 노동부 수장이 된 뒤에도 타성적인 노동정책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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