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위한 노·사·정 협상이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또 다시 합의시한을 다음 주말로 연장했다. 자칫 잘못하면 2000년 5월 근로시간단축특위를 발족한 이후 2년여 동안 공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아직 합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사가 모두 합의를 통한 주5일 근무제 시행이 최선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노조는 개별 기업별로 단체협약을 통해 시행할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조는 엄청난 교섭 부담을 지게 되고 시행시기는 전반적으로 늦추어질 것이다.

그리고 기업별로 주5일 근무제 시행시기와 내용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조직력이 강한 노조는 근로자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의 주5일 근무제를시행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조 조직률이 11%대에 불과하고 강한 교섭력을 지닌 노조가 그중 일부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소수 근로자만이 유리한 조건의 주5일 근무제를 누리게 될 것이다. 반면 대다수 근로자들의 주5일 근무제는 시행시기가 요원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과중소기업 근로자 사이의 근로조건 격차가 더욱 벌어져 근로자간 형평성 및노조를 통한 연대 증진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경영계 입장에서도 합의 결렬이 결코 이롭지 않을 것이다. 40% 이상의노조가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올해 임·단협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있다. 따라서 합의에 기초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많은 기업에서주5일 근무제 실시를 둘러싸고 분쟁을 겪게될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다. 뿐만 아니라 기업별 협상을 통해 주5일제가 실시되면 기업은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에서 거의 공감대가 이루어진 주5일 근무제의 반대급부를 상실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제 노사 지도자들은 합의에 기초한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위해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길만이 노사나 국민경제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다.

주5일 근무제는 한마디로 우리 경제와 사회가 ‘양적 성장의 시대’ 로부터 ‘질적 성숙의 시대’ 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5일 근무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이다. 또한 늘어난 여가시간을교육·훈련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의 질을 제고시킬 것이다. 주5일근무제는 기업혁신을 촉진시킬 것이다.

기업으로 하여금 작업 방식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게 함으로써 기업경영시스템을 선진 일류기업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일자리도 늘릴 것이다. 노동연구원에 의하면 주5일제 실시로 약 68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으로부터 고부가가치 업종으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것이다. 문화·관광·레저산업이 발전하고 건전한 소비가 늘어나 국민경제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임금과 노동비용의 증가이다. 노동연구원은 주5일근무제 실시로 인해 임금이 2.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중소기업에 특히 크게 나타날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하루빨리 합의를 이룬다음에 실제 시행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찾아내 보완대책을강구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여가시간을 교육·훈련 등 생산적·투자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학교 주5일 수업제에 대비하여 탁아시설과 토요일 특별활동 프로그램 등을 개발·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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