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노사정(勞使政) 3자의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올해 7월 실시가 무산된 데 이어 연내 시행도 아주 불투명해짐에 따라 당사자들의 협상자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 김성태(金聖泰) 사무총장과 경영자총협회 조남홍(趙南弘) 부회장, 노동부 김송자(金松子) 차관, 노사정위원회 안영수(安榮秀) 상임위원은 25일 새벽까지 협상했으나 합의하지 못하고 노사정위가 최종적으로 마련한 조정안에 대해 5월4일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권한 없는 협상당사자〓국내 법정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축소하는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이던 98년 2월 노사정이 채택한 사회협약에 포함돼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2000년 5월 노사정위원회에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가 설치됐고 2001년 9월까지 32차례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사정위는 지난해 9월 공익위원안, 같은 해 12월 합의대안을 잇따라 제시해 절충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 이남순(李南減) 위원장과 경총 김창성(金昌星) 회장은 수 차례 합의에 근접하고도 조직 내부의 반발을 의식해 번번이 최종서명을 하지 못했다. 또 최상급단체가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도 합의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계속 바뀌는 주요 쟁점〓지난해 12월 이후 주5일제 협상의 최대 쟁점은 근로시간이 단축돼도 임금이 보전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공공노조 파업 이후 재개된 협상에서는 유급 주휴일(일요일) 존속과 시행시기가 갑자기 쟁점으로 부각됐다.

한국노총은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무(無)노조 근로자가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반면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이 국제기준에 맞아야 하며 중소기업의 부담이 적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주5일 근무제 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소탐대실(小貪??)’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또 법이 개정되지 않은 채 사업장별로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중소영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崔榮起) 부원장은 “노사 양측이 모두 요구수준의 100%를 얻어내려고 하는 바람에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전체 근로자가 평균적으로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위 조정안 전망〓노사정위는 25일 노사 양측에 제시한 최종 조정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올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완전 무산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내년 이후에 정치 사회적 역학관계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 2, 3년 간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다.

노사정위 조정안은 지금까지 나온 한국노총과 경총의 요구사항을 최대 한 수용했기 때문에 극적인 막판 합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있다. 이렇게 되면 6월 이후 임시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9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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